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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FC SEOUL의 스크린 이력서]


7월 23일 광주전이 열렸던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 시작하기 15분 전 MC 김종덕씨의 멘트가 경기장에 울렸다. “잠시 후면 영화 촬영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영화 주인공인 황정민씨를 만나보겠습니다.” 팬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라운드 위의 영화배우 황정민에게 집중되었다. 이날 촬영된 영화는 <댄싱퀸>으로 이석훈 감독, 황정민, 엄정화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촬영 장면은 선로에 떨어진 시민을 구해낸 뒤 유명인사가 된 황정민이 시축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시축에 성공한 황정민은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약 30초 동안 열연을 펼쳤다. 그리고 영화만 촬영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주말 연속극 <천번의 입맞춤>서 축구 에이전트로 출연하는 주인공 지현우와 여자 주인공 서영희가 축구장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도 촬영을 했다.

 

과연 이번 촬영이 FC서울의 첫 데뷔작이었을까? 아니다! FC서울은 이전에도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는 베테랑 중견 배우다. 그렇다면 어느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FC서울이 비쳐졌을까? FC서울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봤다.

 

1.드라마 <맨땅에 헤딩>

 

2009년에 방영되었던 <맨땅에 헤딩>. 주인공 유노윤호(차봉군)와 고아라(강해빈)가 주인공으로 나온 이 드라마는 가진 것은 없지만 가슴이 뜨거운 축구선수 ‘차봉군’이 이뤄내는 기적 같은 성공 스토리다.

 


드라마에서의 FC서울은 'FC SOUL'로 살짝 변경되어 나온다. 유노윤호는 FC서울 유니폼과 거의 흡사하게 제작된 유니폼을 입고 촬영했으며 경기를 하는 모든 장면은 대부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촬영되었다. 수호신이 서포팅하는 모습이 담긴 경기 화면을 그대로를 드라마에 합성해 내보내기도 했다. 이 장면은 FC서울팬이라면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비록 많은 사랑을 받진 못했지만 1990년대에 방영됐던 드라마 <슈팅> 이후로 다시 탄생한 축구 드라마였기에, 축구팬들에게만큼은 잊지 못할 드라마로 남게 되었다.

 

2.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 마르코 & 손담비 편>

 

FC서울은 드라마 영화뿐만 아니라 예능에도 출연했다. 2008 11 23일에 방영되었던 <우리 결혼했어요>의 마르코와 손담비 데이트 장면에서였다. 마르코와 손담비가 오픈카를 타고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서 동북고등학교의 버스가 살짝 모습을 비췄다. 비록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의도치 않은 장면이 FC서울팬들에겐 또 다른 자부심이 된다.

 

 

3. 영화 <참을 수 없는>

 

<참을 수 없는> 2010년에 개봉한 영화로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다. 추자현(지흔)과 한수연(경린). 그리고 정찬(명원)과 김흥수(동수)가 주연으로 마치 외줄을 타듯 위험한 사랑을 이어나가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병원에서 진단전문의 직업을 갖고 있는 동수는 실내암벽등반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 만큼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캐릭터로 나온다. 이런 그의 방을 경린에게 보여주는 장면에서 FC서울의 유니폼과 머플러가 스크린에 나온다. 8초 동안만 비춰졌지만 팬들에게는 깨알 같은 재미로 다가가는 장면이었다.

 

4. 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

 

2006년에 방영되었던 이 드라마는 강원도 첩첩산중의 산골 소녀가 서울 강남의 갑부 딸로 밝혀지며, 하루아침에 만인의 판타지를 이루어낸 그녀가 정말로 행복한지 그 이면을 파헤쳐 본다는 내용의 스토리였다. 김래원(최승희)와 정려원(김복실)이 주인공을 맡았다. FC서울의 모습이 담긴 장면은 3회이다. 다음은 기분이 꿀꿀해 보이는 승희를 본 복실이가 축구경기를 보여 주겠다며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데려간 장면이다.

 

(경기장 앞 매표소 도착)

복실: 오늘은 경기 안한다네요?

승희: 너 임마, 정말 맨날 경기 하는 줄 알았어?

복실: . 이게 말이 됩니까? 이렇게 좋게 지어놓고 맨 날 비워놓는단 말이에요? 아깝게?

승희: , 나 여기 축구경기 보여주려고 온 거 맞지?

복실: . 감독님 기분이 꿀꿀한 것 같기도 해서. 사람이 기분 꿀꿀할 때는요. 경기장 구경 오는 게 최고거든요.

 

정말 순수한 표정으로 매일 경기가 있는 줄 알았다고 말하는 복실. 축구에 대해 기본상식이 없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그녀의 순박함 덕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흘리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랠 수 없었는지, 결국 복실은 승희의 손을 잡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몰래 들어가 공을 차며 그라운드를 누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홈구장인 FC서울인 만큼, 팬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장면이다. 정신없이 놀던 두 사람은 결국 경비 아저씨에게 들통이 나게 되고, 믹스트존 쪽으로 헐레벌떡 뛰어가는 장면에서는 벽면에 부착된 FC서울의 엠블럼이 두 번이나 깜짝 출연한다.

 

진정한 FC서울의 모습은 스크린<그라운드

 

달랑 유니폼으로 몇 초 흘러지나갈 뿐이라 해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의 FC서울의 모습은 팬들에겐 그저 반갑고 설레는 순간이다.

 

이렇게 드라마나 영화 속에 출연하는 것도 기쁜 일이지만 무엇보다 FC서울 스스로가 만드는 영화가 팬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것이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의욕을 놓지 않고 공을 향해 달려드는 선수들의 모습이 역전의 짜릿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 이것만큼 더한 감동 영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FC서울만의 영화를 만들어 낼 때, 스크린만 없을 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FC서울의 극장으로 변신한다.

 

/취재=이게은 FC서울 명예기자(eun5468@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