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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FC서울. 올해의 말 말 말


 최용수 감독은 스스로 말주변이 없다고 했지만, 뛰어난 언변으로 인상깊은 말을 많이 남겼다.





2011 K리그도 종료됐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FC서울은 시즌 초 최악의 부진으로 디펜딩 챔피언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최용수 감독대행 부임 이후로 안정을 찾으며 정상 궤도에 올랐고, K리그 5위,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등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다나다난했던 이번 시즌. 이 과정에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만한 말들도 많이 나왔다. FC서울은 이 말을 통해 팀의 결속력을 다지기도 하고 재미있는 말로 팬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훌륭한 경기력 외에도 다양한 말로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프로라면 FC서울은 진정한 프로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그럼 올해 어떤 말들이 화제를 불러일으켰는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1. 최용수







코치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을 보냈지만 눈은 감고 있지 않았다. (감독대행 부임 후 내민 출사표)



지난 4월 갑작스럽게 수석코치에서 감독 대행으로 보직을 바꾼 최용수 감독. 그래서인지 최용수를 향한 시선은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적잖았다. 코치로서의 생활은 길었지만 감독 경험은 없었고, 너무 갑자기 팀을 맡은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부임 출사표에서 “코치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을 보냈지만 눈은 감고 있지 않았다.” 는 멘트를 던지며 감독대행 역할 수행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결국 최용수는 데뷔전인 제주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었고 팀을 K리그 5위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 덕에 최용수는 2012년 부터는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2012년엔 정식 감독으로 어떤 출사표를 던질지 기대된다.




챔피언스리그라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이번 패배가 우리 선수단이 집중할 수 있는 좋은계기가 될 것이라 보고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5월21일 대구전 패배 직후 인터뷰)



최용수가 감독 대행으로 부임한 이후 서울은 리그에서 3연승을 달리며 순항했다. 하지만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한 수 아래의 전력이라 여겨지던 대구를 만나 0-2로 패한 것이다. 더군다나 안방 불패를 자랑하던 서울이 홈에서 당한 패배라 충격은 더 컸다.


자칫하단 상승세를 타고 있는 팀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최용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챔피언스리그라는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이번 패배가 우리 선수단이 집중할 수 있는 좋은계기가 될 것이라 보고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라며 이번 패배는 더 큰 도약을 위해 잠시 몸을 움츠린것일 뿐이라는걸 드러냈다.


그로부터 4일 후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 경기에서 최용수 감독은 자신의 말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J리그 최강 팀 중 하나인 가시마 앤틀러스를 홈으로 불러들인 서울은 경기를 지배하며 방승환, 데얀, 고명진의 골로 3-0의 압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상식적으로 독수리가 모든 면에서 우월하지 않겠습니까? (6월 10일 포항전을 앞두고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과 포항과의 경기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매치업 중 하나다. 양 팀 모두 국가대표급 선수들로 스쿼드를 구축하고 있고, 유니폼 역시 양 팀 모두 빨강과 검정이 섞인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어 몇몇 팬들은 ‘검빨강 더비’ 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현역시절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였던 최용수와 황선홍이 각 팀의 수장을 맡아 지략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관심도는 그 어느 해보다 높았다.
 

이러한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양 팀의 수장은 경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축구회관에서 기자 회견을 갖기도 했다. 현역시절 독수리(최용수)와 황새(황선홍)라는 별명이 붙었던 두 감독에게 독수리와 황새중 누가 더 강할거 같냐는 질문이 나오자 최용수 감독은 “상식적으로 독수리가 모든 면에서 우월하지 않겠습니까?” 라는 말로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자 황선홍 감독 역시 “황새는 부드럽고 화려함 속에 내재되어있는 강력함이 있다.” 며 반격에 나서는 등 두 감독은 경기전부터 화끈한 입담 대결로 관심도를 높이기도 했다. 다음 날 열린 경기 역시 훌륭했다. 44358명의 대관중이 몰리며 흥행에도 성공했고 양 팀이 보여준 경기력 역시 많은 팬들의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경기는 서울의 데얀과 포항의 황진성이 1골씩 주고 받으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우리가 자만할 때가 아니다.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게 축구다. 공은 둥글다.(강원을 꺾고 7연승에 성공한 직후)




FC서울의 여름은 그 어느팀보다 뜨거웠다. 서울은 7월9일 상주전부터 8월27일 강원전까지 경기를 모조리 승리로 장식하며 7연승을 내달린 것이다. 7연승은 올해 K리그 팀들 중 최다 연승기록으로 남아 있다. 서울은 이 기간 동안 23득점 8실점을 기록하며 안정된 경기력으로 K리그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강원을 6-3으로 꺾은 뒤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가 자만할 때가 아니다. 언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게 축구다. 공은 둥글다.” 라는 말을 남기며 방심은 절대 금물이라고 표현했다. 그 뒤 열린 대구와의 경기에서 패하며 연승 행진은 아쉽게 끝났지만 서울은 뒤이어 열린 부산전과 대전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연승 행진 뒤 오는 자만심은 결코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최고의 세리머니? 바로 다음에 보여줄 세리머니다. (9/18 부산전 2-1 역전승 직후 인터뷰)




올해 최용수 감독의 세리머니는 단연 K리그 최고의 화제중 하나였다. 최용수 감독은 폭우가 내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터치라인 부근까지 나와서 경기를 지켜보다 골이 터지면 선수들보다 더 역동적인 모습으로 환호하기도 했으며 지난 8월13일 전남과의 홈경기에서 몰리나의 버저비터골이 터졌을 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몰리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다 양복바지가 찢어지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많은 이들의 인상에 남을 만한 세리머니를 펼친 최용수 감독에게 9월18일 부산전 2-1 승리 직후 한 기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올해 최고의 세리머니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최용수 감독은 “바로 다음에 보여줄 세리머니입니다.” 라고 재치있게 답변했다. 전설적인 영화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찰리 채플린도 과거 인터뷰에서 ‘내 최고의 작품은 바로 다음에 나올 작품이다.’ 라는 명언을 남겼다. 최용수 감독이 찰리 채플린의 이 명언을 알고 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이 멘트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어쨌든 최용수 감독의 이러한 재치있는 한 마디에 기자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2. 데얀






더 이상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 싫다. 매 경기를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임하겠다.(4/30 제주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부진에 빠졌었던 시즌 초. 당연히 선수들의 마음 역시 무거웠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되찾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선 제주전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데얀 역시 시즌 초엔 제 몫을 하지 못하며 팀의 추락을 바라봐야 했지만 제주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더 이상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 싫다. 매 경기를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임하겠다.” 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머리까지 짧게 자르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데얀은 결국 고명진의 역전골을 어시스트 하는 활약으로 팀의 2-1 승리에 큰 기여를 했고, 그 뒤 5월 한달에만 8골을 몰아 넣으며 서울의 부활에 일등공신이 되었다.




기록을 세워도 팀이 우승을 못하면 의미가 없다. 팀 우승과 개인 기록을 바꾼다고 하면 100% 용의가 있다.(10/23 성남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해 데얀의 골 퍼레이드는 정말 놀라웠다. 득점왕은 이미 예약을 마쳤고 K리그 사상 첫 경기당 평균 0.8골에 도전할 정도로 그의 골 결정력은 절정에 올라 있었다.


10월 23일 성남과의 마지막 홈경기에서도 감각적인 슈팅으로 골을 기록한 데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록을 세워도 팀이 우승을 못하면 의미가 없다. 팀 우승과 개인 기록을 바꾼다고 하면 100% 용의가 있다.” 라는 말로 개인적인 영광보단 팀의 영광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빼어난 실력과 함께 팀을 생각하는 마음을 모두 갖춘 데얀. 많은 서울팬들이 데얀을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3. 몰리나





내 능력을 믿어왔고 늘 프로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좋아질 거라 믿었다. FC서울에 와서 책임감을 느낀다. 적응이 느렸던 만큼 더 열심히 노력했다(8월 13일 전남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시즌 초 FC서울에서 적응하는데 애를 먹으며 다소 부진한 플레이를 보였던 몰리나. 작년 성남에서 보여준 화려하고 폭발적인 모습이 서울에선 나오지 않아 많은 팬들이 애를 태웠지만 몰리나는 전남전 극적인 결승골 한방으로 그 동안의 부진을 만회했다. 몰리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 능력을 믿어왔고 늘 프로라는 의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좋아질 거라 믿었다. FC서울에 와서 책임감을 느낀다. 적응이 느렸던 만큼 더 열심히 노력했다.” 라는 말로 부진했을 때도 늘 노력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날의 활약은 다음 홈경기에서 K리그 역사에 남을 활약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내가 골을 넣었으니 감독님이 사주셔야 한다(8월 13일 전남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날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몰리나에게 전속력으로 달려가다 양복바지가 찢어진 최용수 감독. 몰리나는 “최용수 감독이 당신의 골로 인해 골 세리머니를 펼치다 바지가 찢어졌는데 바지를 새로 사줄 의향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내가 골을 넣었으니 감독님이 사주셔야 한다.” 며 유머러스한 답변을 내놓았다. 몰리나의 이러한 한 마디에 당시 모여 있던 기자들은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부진할 때도 의기소침하거나 고개를 숙인 적은 없다. 훈련 때부터 열심히 땀을 흘렸기에 불행했던 순간이 행운으로 바뀐 것 같다.(강원전 3골 3도움 기록 직후)




앞서 얘기한대로 몰리나는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K리그의 역사를 썼다. 골이든 도움이든 한 경기에서 정말 기록하기 어려운 것이 해트트릭인데 몰리나는 이 날 경기에서 골과 도움에서 동시에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K리그 최초의 기록이고 한 경기 최다 공격포인트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이 경기로 인해 서울에서 완벽히 적응했음을 증명한 몰리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부진할 때도 의기소침하거나 고개를 숙인 적은 없다. 훈련 때부터 열심히 땀을 흘렸기에 불행했던 순간이 행운으로 바뀐 것 같다.” 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데얀과 함께 일명 ‘데몰리션 듀오’ 를 구축하며 K리그 최강 공격라인으로 활동한 몰리나는 이 후 데얀이 몬테네그로 국가대표팀에 차출되어 컨디션이 난조에 빠졌을 때에는 홀로 서울의 공격진을 이끌며 10골 12도움으로 시즌을 마쳤다.




4. 하대성





몰리나를 위해 우리가 더 뛰기로 했다. (강원전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헌신의 대명사 하대성. 그는 중앙 미드필더 위치에서 항상 빛과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행하는 살림꾼과 같은 존재다.


그는 강원전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몰리나를 위해 우리가 더 뛰기로 했다.” 라는 말로 공격력은 강하지만 수비력이 떨어지는 몰리나를 공격에 좀 더 집중시키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다른 선수들이 수비에서 좀 더 신경쓰겠다는 의미의 말을 남기며 하대성 특유의 ‘팀 스피릿’을 보여주기도 했다. 몰리나가 강원전에서 세운 3골 3도움의 대기록은 하대성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 했을 것이다.


항상 팀을 강조하는 하대성이지만 경남과의 리그 마지막 경기에선 자신이 직접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5. 고명진






그 동안에 힘들었던 게 한꺼번에 날아갔다. (4월30일 제주와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FC서울의 젊은 피 고명진. 그는 귀네슈의 신임을 받으며 프로에서 조금씩 출전기회를 늘려가고 있었지만 2010년엔 빙가다 감독에게 외면 받으며 9경기 출전에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이번 시즌 초엔 무릎부상까지 당하며 시련의 시기가 길어지는 가 했지만 최용수 감독은 고명진을 신뢰했고 자신의 데뷔전인 4월30일 제주와의 홈경기에 그를 선발 출전 시켰다.


고명진은 최용수 감독의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 역전골을 성공시키며 활약했고, 경기 후 인터뷰에선 “그 동안에 힘들었던 게 한꺼번에 날아갔다.”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 후 FC서울의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잡은 고명진은 24경기에 출전해 2골 7도움을 올리며 데뷔 후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6. 김동진




금빛날개라서 날갯짓을 통해 다시 부활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그런 세리머니를 했다 (9월18일 부산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해 친정팀인 FC서울에 복귀한 김동진. 하지만 그는 시련에 빠졌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전반기에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들었다. 이 후 김동진은 R리그에서 조금씩 몸을 만들며 기회를 노렸다.


월드컵 2회 출전에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경험한 특급 선수가 R리그에서 뛴다는 게 어찌 보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김동진은 2군에서 착실히 몸을 만들며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오길 기다렸다. 하늘은 그런 김동진의 노력을 외면하지 않았다. 9월18일 부산과의 홈경기를 앞둔 FC서울은 부상과 경고누적으로 주전 5명이 출전할 수 없게 되자 김동진이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 경기에서 김동진은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팀의 2-1 역전승에 일조했다.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골 세리머니로 새의 날갯짓을 흉내 낸 김동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금빛날개라서 날갯짓을 통해 다시 부활하고 싶다는 의미에서 그런 세리머니를 했다.” 며 1군 복귀와 팀의 승리에 일조한 동점골을 성공시킨 기쁨을 표현했다. 이 날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김동진은 이 후 대전, 수원, 인천과의 경기에 연속으로 출전하며 1군 무대에서 자신의 힘을 보탰다.



다양한 말로 팬들을 즐겁게 한 FC서울. 내년에는 어떠한 말들이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지 주목된다.



글=김성수 FC서울 명예기자 go16korea200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