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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FC서울. 당신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최고의 ‘서울 극장’은?







잉글랜드 최고 명문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는 ‘꿈의 극장’(The Theatre of Dreams) 이란 별칭이 붙어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인물인 바비 찰튼이 이곳을 ‘꿈의 극장’ 이라고 부른 것을 시초로 하지만 그만큼 이곳에서 극적인 명승부가 많이 연출 되었기에 이런 영광스런 별칭이 아직까지도 불리워 지고 있다.


하지만 극장은 잉글랜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K리그에도 극장은 존재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 극장’. FC서울은 그간 여러 경기에서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팬들에게 ‘서울 극장’ 이라고 불리고 있다. 뛰어난 경기력 외에도 믿을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하며, 많은 팬들을 즐겁게 했던 서울. 축구에서 극적인 순간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개최한다면 아마 FC서울은 대상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 지금부터 많은 팬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 역대 최고의 ‘서울 극장’ 경기를 알아보자.



1. 2009년 9월12일 vs 전북 2-1 승

부제 : 팬들의 사랑은 귀네슈도 춤추게 한다.

주연 : 수호신, 귀네슈







2009년 하반기에도 FC서울은 강력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록 이청용이 7월에 볼튼 원더러스로 떠나긴 했지만 데얀, 정조국, 기성용, 김진규, 김치곤 등으로 구성된 스쿼드는 여전히 화려했다. 순위 역시 8월말 기준으로 1위를 달리고 있을 만큼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서울이지만 포항과의 컵대회 4강전에서 위기가 찾아온다.


당시 서울은 심판의 판정 논란 속에 2-5로 패하며 탈락했고, 김치우는 상대 선수의 머리를 받는 행위로 3경기 출장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그리고 귀네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심판 판정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는 말을 했고, 이로 인해 연맹으로부터 제재금 1000만원을 부과받는 등 악재가 겹쳤다. 결국 서울은 뒤이어 열린 리그 경기에서 울산과 성남에게 연패를 당하며 3위로 추락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다음으로 맞딱 뜨린 상대는 전북. 당시 전북은 이동국, 김상식 등을 앞세워 리그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며 신흥 강호로 떠오르던 팀이었다. 게다가 서울은 3연패를 당하고 있던 반면 전북은 2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서울로선 어려운 상황임에 틀림없었지만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당시 7위인 포항과도 승점이 3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기에 또 다시 패배한다면 리그 순위가 급격히 추락할 수 도 있는 상황이었으니, 승리는 절대조건이었다.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차출되었다가 전날 복귀한 데얀 까지 선발 출전시키며 필승의지를 불태운 서울이었지만, 전북은 막강했고, 오히려 전반 막판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게 된다. 전반 40분 루이스가 강력한 슈팅으로 첫 골을 터트린 것이다. 김한윤이 몸을 날려 루이스의 슈팅을 막아내긴 했지만 공은 이미 골라인을 넘어간 후였다. 하지만 서울은 이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고명진이 빠지고 김승용이 투입되며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은 서울은 후반 초반 데얀과 기성용이 강력한 슈팅으로 전북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결국 서울은 후반 8분 드디어 전북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기성용의 코너킥이 수비 맞고 흘러나오자 공격에 가담했던 김치곤이 골망을 찢을 듯한 강력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승부가 원점이 되자 양 팀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공격적인 팀 컬러는 경기를 치열한 접전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후반 30분 승부를 가르는 골이 터진다.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데얀이 키퍼를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역전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결국 서울은 전북을 2-1로 물리치며 경기장을 찾은 36764명을 열광시켰다.


이 날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은 데얀은 몬테네그로 대표팀에서 돌아온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경기에 출전해 역전골을 넣는 활약을 펼쳤고, 미드필더로 출전한 고요한은 비록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엄청난 활동량으로 팀의 승리에 숨은 영웅이 됐다.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에 쓰러져 숨을 헐떡이는 그의 모습은 극적인 경기에 클라이막스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영화 같은 모습은 경기에서만 나왔던 것이 아니었다. 당시 서울팬들은 ‘귀네슈 감독 특별 티셔츠’ 판매를 통해 귀네슈 감독이 부과받은 제재금 모금 운동을 벌였고, 경기 전엔 귀네슈 감독의 대형 응원걸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에 그 동안 언론 인터뷰를 사양하고 냉소적인 모습을 보였던 귀네슈는 “월드컵에서 3위를 했을 때보다 감동적이다.” 라는 소감을 밝히며 차가웠던 마음을 녹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귀네슈의 대형응원걸개가 올라오는 장면. Don't leave us! (우리 곁을 떠나지 마세요!) 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2. 2010년 10월9일 vs 경남 3-2 승

부제 : 분유캄프. 아버지의 이름으로

주연 : 정조국








가을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10월. FC서울은 경남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당시 경남은 승점 46점으로 2위, 서울은 승점 42점으로 3위였다. 순위를 지키려는 팀과, 끌어내리는 팀 간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는 경기였다. 경기 전 예상은 서울이 우세하다는 평이 많았다. 우선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서울이 앞서는 데다 당시 서울은 홈에서 14연승을 기록할 정도로 안방불패의 면모를 보였기에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 대부분은 서울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초반부터 경기는 서울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전반 2분 만에 경남 서상민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선제골을 내준 서울은 설상가상 전반 8분엔 아디가 광대뼈 함몰 부상을 당하는 불운까지 맛봐야 했다. 그 뒤 아디 대신 투입된 김동우는 몸이 덜 풀렸는지 전반 12분엔 백패스 미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할 뻔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서울에게 안 좋은 분위기로 흘러갔지만 이 후 공격수들이 힘을 내며 분위기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공격진에 포진되었던 데얀, 제파로프, 이승렬등은 줄기차게 슈팅을 때리며 골을 노렸지만 김병지의 눈부신 선방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병지가 지키고 있는 골문이 도무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후반 22분 최태욱 대신 정조국이 투입되며 골문이 열릴 조짐이 보였다. 당시 정조국은 아들을 얻은 후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었고, 팬들에게 ‘분유캄프’ 라고 불리고 있을 때였다.


결국 정조국이 일을 냈다. 후반 30분 정조국이 날린 호쾌한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 아랫 부분을 때리고 골문에 꽂힌 것이다. 동점골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서울의 공격은 무서웠다. 동점골이 터진 지 5분 만에 하대성이 정조국의 패스를 받아 역전골까지 성공시켰다. 하지만 서울은 아직 만족하지 않은 듯 4분 후엔 최효진의 패스를 받은 정조국이 팀의 세 번째 골이자 자신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순식간에 스코어를 3-1로 벌렸다.
 

겨우 9분 동안 세 골을 폭발 시킨 서울의 공격은 마치 폭풍이 지나간 듯 했으며, 불안한 출발을 딛고 역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서울은 후반 43분 경남 김인한 에게 한 골을 더 허용했지만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은 허용하지 않은 채 3-2로 경기를 마쳤다. 이 날 승리로 서울은 리그 2위로 도약하며 홈 15연승까지 달성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3. 2010년 12월1일 vs 제주 2-2 무 (챔피언결정전 1차전)

부제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주연 : 제파로프, 김치우










2010년 리그 1위에 성공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FC서울은 통산 4번째 우승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었다. 챔피언결정전 선착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상대팀인 제주에게도 시즌 전적에서 2승1무로 앞서 있었기에 많은 전문가들은 서울의 우세를 점쳤다. 게다가 아디 역시 광대뼈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았지만 팀의 우승을 위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 출전을 강행하는 등 선수들도 우승에 대한 의지로 불타고 있었다.


제주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르며 서울은 우승을 향한 첫 걸음을 뗐지만 당시 구자철, 김은중, 박현범 등이 소속된 제주 역시 만만치 않았다. 경기에서도 오랜 시간 실전 경기를 치르지 않아 감각이 떨어진 듯 서울 선수들은 시종일관 무거운 모습이었고, 결국 전반 26분 배기종에게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일격을 당하며 선제골을 내주게 된다. 순식간에 흐름은 제주로 넘어갔고, 제주는 후반 6분 구자철의 패스를 받은 산토스가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까지 성공하며 0-2까지 달아났다.


다급해진 서울은 후반 10분 이승렬과 김동우를 빼고 김치우와 정조국을 투입 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결국 이 교체 투입이 주효해 서울은 만회골에 성공했다. 김치우의 전매특허인 강력한 왼발 슛을 김호준이 간신히 선방했지만, 흘러나온 볼을 데얀이 골대로 밀어 넣으며 스코어를 1-2로 만든 것이다. 경기 내내 무거운 몸놀림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데얀은 이 한골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려면 한 골이 더 필요했다. 서울은 그 후로도 줄기차게 공격을 시도하며 동점골을 넣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주의 골문을 열지 못한 채 결국 후반 추가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패색이 짙었던 후반 47분 그 때 기적이 일어났다. 우측면에서 공을 잡은 제파로프가 선수들이 몰려 있는 페널티 에이리어로 크로스를 올리는 대신, 빈 공간에 있었던 김치우에게 정확한 패스를 내줬고, 김치우가 이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제주의 골망을 흔든 것이다. 극적인 동점골에 서울 벤치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고, 제주 선수들은 망연자실했다.


결국 경기를 2-2로 마치며 서울은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 날 경기에서 숨겨진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아보자면 동점골을 합작한 제파로프와 김치우 모두 왼발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었지만 두 선수 모두 오른발을 사용해 어시스트와 득점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팀이 가장 가장 필요로 할 때 평소 잘 사용하지 않았던 오른발로 어시스트와 득점에 성공한 제파로프와 김치우의 모습은 정말 드라마틱했다. 패배할 뻔한 경기를 극적인 무승부로 바꾼 서울은 결국 2차전에서 2-1로 승리하며 통산 4번째 우승트로피를 자신들의 진열장에 진열해 놓을 수 있게 되었다.




4. 2011년 5월8일 vs 상주 4-3 승

부제 : 군인정신도 막지 못한 서울의 공격본능.

주연 : 데얀, 현영민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맞이한 2011 시즌. 당연히 팬들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FC서울의 시즌 초 행보는 높은 기대만큼이나 실망을 안겨주었다. 초반 부진에 대해선 서울 팬들에겐 안좋은 기억인 만큼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하지만 최용수가 감독 대행으로 부임 이후 서울은 예전의 모습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었다. 최용수의 데뷔 전인 제주전에서 2-1로 승리한 서울은 주중에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에서도 UAE의 알 아인을 3-0으로 제압하며 상승세를 탔다. 이어서 만난 상대는 상주. 당시 상주는 스트라이커로 변신한 김정우가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었고, 서울 출신의 최효진, 김치우, 이종민도 좋은 모습을 보이며 리그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팀이었다.


만만치 않은 상대임에 분명 했으나 서울은 초반부터 강력한 공격으로 상주를 압박했다. 결국 전반 8분 방승환의 패스를 받은 데얀이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작렬시켰다. 하지만 전반 18분 박용호가 자책골을 넣으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서울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전반 35분 제파로프의 크로스를 데얀이 헤딩 슈팅으로 골을 넣으며 2-1로 다시 앞서나갔다.


이 후 경기는 골 공방전이 펼쳐지며 농구 경기를 연상케 했다. 후반 1분 만에 상주 최효진이 동점골을 성공시켰고, 반격에 나선 서울이 후반 28분 김영삼의 헤딩 미스를 틈 타 데얀이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다시 앞서갔다. 그 후 김정우가 1분 만에 동점골을 성공시키는 등, 양 팀은 골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3-3 으로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후반 43분. 서울은 아크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 교체 투입된 현영민. 현영민의 발을 떠난 공은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며 서울은 4-3으로 다시 앞서 나갈 수 있었다. 결국 현영민의 프리킥 한방은 승부에 마침표를 되었고, 서울은 3연승에 성공하며 좋은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날 경기에서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상주에 끈질긴 추격을 당하기도 했지만 서울은 강력한 공격본능으로 상주의 추격을 잠재우며 극적인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덤으로 화끈한 골 잔치를 벌이며 예전의 공격력까지 회복한 서울은 대반격의 신호탄을 쏘며, 5월에만 6승1무2패라는 호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5. 2011년 8월13일 vs 전남 1-0승

부제 : 한여름밤의 환상적인 버저비터.

주연 : 몰리나, 최용수










뜨거운 여름. FC서울의 2011년 여름 역시 뜨거웠다. 초반 부진했던 모습은 훌훌 털어버리고, 4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순위도 리그 4위로 끌어올렸다. 경기 내용 역시 화끈했다. 연승 기간 동안 무려 11골을 기록, 경기당 평균 2.75골을 넣으며 내용과 결과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기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5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상대는 전남. 당시 전남도 리그 5위를 달리는 만만치 않은 상대임엔 분명했으나, 서울 선수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또 전반기에 당한 0-3 패배를 설욕해야 했기에 동기 부여도 충분했다. 서울은 전반 초반부터 데얀, 몰리나, 고명진 등을 앞세워 강력한 공격으로 전남을 압박해 나갔다.


하지만 전남의 저항 역시 거셌다. 당시 리그 최소 실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수비진과 전 국가대표 수문장 이운재가 버티고 있는 골문은 서울에 쉽사리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 들어 서울은 최태욱을 투입 하며 공격을 강화했지만, 이운재는 ‘클래스는 영원하다’ 라는 진리를 몸소 증명이라도 하듯 서울의 소나기 슈팅을 연달아 선방하며 경기를 0의 행진으로 몰고 갔다.


결국 스코어가 0-0 으로 유지된 채 경기는 추가 시간을 맞이했다. 후반 48분 전남이 코너킥을 얻어내며 서울은 위기를 맞이했지만 도리어 이것이 서울에 기회로 작용했다. 코너킥이 서울의 역습으로 이어지며 최태욱이 특유의 빠른 돌파로 전남의 우측면을 파고 들었고, 중앙으로 찔러 준 낮은 크로스를 데얀이 이어받아 정지시킨 볼을 몰리나가 골문 구석으로 정확한 왼발 슈팅을 날리며 골을 기록한 것이다.


극적인 골에 팬들은 환호했고, 최용수 감독은 골을 넣은 몰리나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다 바지가 찢어지는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서울은 0-0으로 비길 뻔한 경기를 1-0 승리로 이끌며 5연승을 질주 했다. 이 후 에도 서울은 제주와 강원을 연파하며 총 7연승으로 2011 K리그 팀들 중 최다 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글=김성수 FC서울 명예기자 go16korea200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