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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매치데이매거진

낯설고도 날선 도전자, 중국 슈퍼리그와 장수 세인티



2013.2.26 ACL E조 조별리그 1차전
vs 장수 세인티 매치데이매거진 Away Squad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상대가 강할 때 느끼기도 하지만 상대를 잘 알지 못 할 때도 찾아온다. 생소한 것,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소개팅 받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주된 이유가 낯선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기 때문이라면 이해가 쉬울까.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조별리그를 서아시아그룹과 동아시아그룹으로 나누어 시작하긴 하지만 타 대륙의 대륙연맹대항전에 비해 아시아는 공간적 범위가 매우 넓다. 그러다보니 각국 리그를 대표하는 몇몇 유명클럽을 제외하고는 낯선 팀들과 대진이 짜이는 경우가 대다수다.

FC서울은 2013 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에서 일본의 베갈타 센다이, 중국의 장수 세인티,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E조에 편성됐다. 같은 조의 팀들이 역대 ACL에서 뚜렷한 성적을 거둔 적이 없는 만큼 생소한 팀들이다. 그만큼 전력이 드러나지 않은 점이 유일한 불안요소다. K리그 클래식의 ACL 참가팀들이 전력이 밀려서가 아니라 상대를 잘 몰라 덜미를 잡힌 경우가 종종 있다. 이에 대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ACL 첫 상대인 장수 세인티를 시작으로 조별리그 홈경기 매치데이매거진을 통해 E조에 편성된 팀과 그들이 속한 리그를 살펴본다.


승강제가 일찍이 자리 잡은 슈퍼리그

한국 K리그, 일본 J리그에 빗대어 흔히 중국프로축구리그를 ‘C리그’라 알고 불러왔지만 정확한 명칭은 아니다. 중국프로축구리그의 공식명칭은 ‘중국 축구 슈퍼리그 (Chines Super League, 약칭 CSL)’다. 중국프로축구는 1994년 출범했다. 당시에는 1부 리그를 갑A리그, 2부 리그를 갑B리그로 부르며 이미 승강제를 시작했다. 승강제 부분에서만큼은 K리그 클래식보다 무려 20년을 앞서 시행해왔다. 10년 후인 2004년에 현재의 명칭인 ‘슈퍼리그’로 재출범 하였다. 이에 따라 2부 리그를 갑급리그, 3부 리그를 을급리그로 리브랜딩 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흔치않게 3부까지 리그를 가진 셈이다.

< 중국 슈퍼리그(CSL), 사진-CSL 연맹 공식홈페이지 >

2004년 재출범 당시 12팀으로 구성되어 있던 슈퍼리그는 지난 시즌인 2012년에는 16개 팀으로 운영되었다. 리그진행방식은 여느 리그와 마찬가지로 홈 앤 어웨이로, 한 팀당 30경기를 치른다. 승강제이기 때문에 15, 16위 팀은 갑급리그로 강등된다.
중국 슈퍼리그에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4장의 ACL 출전 티켓이 주어진다. 또한 중단되었던 FA컵이 2011시즌 재개되면서 2012 ACL부터는 리그에서 3위를 차지한 팀까지만 출전티켓이 주어졌고 나머지 한 자리는 FA컵 우승팀으로 대체됐다. 이 또한 K리그 클래식과 같은 방식이다.


슈퍼리그, 거대자본 투입의 먹구름

근래 중국 슈퍼리그의 분위기는 썩 좋지만은 않다. 클럽축구 마케팅이 가장 활성화 된 유럽과 최근에 떠오르는 미국프로축구에 이어 아시아 클럽축구 시장에도 거대한 손들이 클럽팀 운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그 중 가장 넓은 잠재적 시장가치를 지녔다고 판단되는 곳이 중국의 슈퍼리그였다. 해외자본의 투입까지 갈 것도 없이 중국 내 굴지의 재벌들이 슈퍼리그의 몇몇 팀을 인수하면서 자연스레 시장이 커졌다. 재정규모는 점점 증가했고 2012시즌에는 드록바, 아넬카, 루카스 바리오스, 야쿠부 등등 언급보다 더 많은 유명 선수들을 영입하며 아시아 무대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그러나 유명선수 영입만이 곧바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2011시즌 ACL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향상된 기량으로 반짝 돌풍을 일으켰지만 8강에서 탈락했다. 중국 슈퍼리그 팀들은 2004시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ACL이 개편된 이래 결승문턱 구경조차 하지 못 했다. 천지창조 이후 결승문턱도 못 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2002-2003시즌 국내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하오하이동의 활약으로 다렌스더가 4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기본적인 축구 인프라가 재정규모에 비해 갖춰지지 않았고, 프로클럽으로서의 의식 수준도 부족했다. 결국 방만한 재정운영, 투명성 결여와 더불어 유명선수들의 임금문제마저 겹치며 드록바와 아넬카 등 몇몇 선수는 계약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무대를 떠났다. 이미 오래전 유럽의 클럽들이 범해왔던 과오를 중국 슈퍼리그에서 답습한 셈이다.

<상하이 선화에 입단한지 두 달 반 만에 계약해지 한 드록바. 사진 - 연합뉴스>


만년 하위권의 반란, ACL의 신인 장수 세인티

ACL에 참가하는 중국 4팀 중 FC서울과 함께 E조에 속한 장수 세인티는 2012시즌 슈퍼리그 2위의 자격으로 사상 처음 출전티켓을 따냈다. 리그 준우승 또한 팀 창단 이래 최고 기록이다. 슈퍼리그 내에서도 크게 주목받는 강팀이 아니었던 터라 장수 세인티의 준우승은 중국 내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슈퍼리그의 몇몇 팀과 같이 유명선수를 영입하거나 많은 자본을 투입하지 않았기에 장수 세인티가 거둔 쾌거가 더욱 주목 받았다.

장수 세인티는 1994년 창단한 중국프로축구 출범 멤버였지만 그해 바로 강등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대부분을 2부 리그인 갑급리그에서 뛰었던 팀인데 2009년 슈퍼리그로 승격된 뒤 중상위권의 전력을 유지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팀을 맡고 있는 드라간 감독이 부임한 2011시즌을 4위로 마감하며 저력을 드러냈고 지난 2012시즌 리그에서 단 4패만 기록하는 선전 끝에 준우승으로 팀 역사상 첫 ACL 출전티켓을 얻었다. 우승팀인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승점차이도 겨우 4점차인 것이 시즌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는 증거다.

<ACL에 첫 도전하는 장수 세인티. 사진 - 장수 공식홈페이지>

아시아에서도 큰 편에 속하는 리그를 보유한 중국 준우승 팀이지만 ACL 출전이 처음인 만큼 알려지지 않은 면이 대다수다. 간간히 K리그 클래식의 팀들이 아시아 무대에서 발목을 잡힐 때도 이러한 면이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전력에서 밀린 다기 보다는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고 상대 페이스에 말리는 경향이 짙었다. E조에서는 전력상 FC서울과 베갈타 센다이 순으로 토너먼트 진출 확률이 높게 점쳐진다. 장수 세인티가 노리는 실질적 목표도 베갈타 센다이와의 2위 경합일 가능성이 크다. 쉽진 않겠지만 장수 세인티가 ACL 첫 도전의 역사를 어떻게 써내려갈지 주목해 보는 것도 FC서울이 속한 E조의 또 하나의 볼거리다.

 

/글 = FC서울 명예기자 유승민 (paul-feve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