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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박용호, 우리의 캡틴을 떠나보내며...

 

부산의 훈련지 일본 구마모토로 합류한 박용호(오른쪽) (사진출처=베스트일레븐)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010년부터 2년간 FC서울의 주장을 맡아왔던 박용호가 FC서울을 떠난다. 중앙 수비수 보강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던 FC서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어리둥절할 만한 이적이어서 더 놀랍다. 물론 김진규의 복귀가 이어지지만 주장이었던 선수가 다음 해에 이적을 하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하지만 이미 그의 이적은 확정되었다. FC서울 팬 입장에선 그가 앞으로 부산에서 열심히 뛰어주어 다시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을 바랄 뿐이다. 그를 보내며 그를 한 번 떠올려보는 포스팅을 해보고자 한다.

  


부평고를 이끄는 3인방


내가 그들을 잘 모르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보자. 1990년대 후반, 그 때 당시 고교축구는 참 대단했다고 한다. 난 그 때 그들의 플레이가 얼만큼 화려했는지는 직접 접하진 못했지만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야말로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실력들이었다고 한다. 당시 그 실력들을 이끌던 부평고 3인방으로는 '최태욱-이천수-박용호'가 있었다고 한다. 박지성도 말하지 않았는가. 고교 당시 부평고의 무서움은 막강했다고. 거두절미하고 당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는데, 이들은 대학교를 진학하고 프로로 데뷔를 하게 되는 것보다 곧바로 프로행을 선택했다. 당시 1억 8천만원의 계약금과 1천2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최태욱과 나란히 안양LG에 입단하며 당시 역대 고졸 출신 중 최고 금액을 갈아치우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박용호가 프로에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곤 박용호는 줄곧 원팀맨으로써 FC서울의 골문을 지켜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골장면. 당시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던 나는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 (사진출처=fc서울 홈페이지)

  


미남 수비수? 골 넣는 수비수 !


박용호를 떠올리면 으례 따라오는 키워드는 '미남 수비수'가 되겠다. 안정환 급은 아니지만 작은 얼굴에 잘 생긴 얼굴이어서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나는 박용호를 '골 넣는 수비수'라고 이름 붙히고 싶다. 그는 항상 세트피스에서 활발하게 공격에 참여하며 중앙 수비수의 '헤딩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울산의 곽태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골 넣는 수비수들은 왜 이리 다 잘 생긴건지...)

 박용호의 골들 중 내가 꼽는 가장 인상적인 골은 2009년 제주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던 때다. 다음은 2009년 6월 20일 제주 Utd와의 경기 영상이다. 영상을 퍼오며 다시금 보이는 선수들이 참으로 반갑다.(귀네슈 감독님, 이청용, 기성용, 미친왼발 이상협, 김승용 등...참 이 때 스쿼드도 좋았고 화끈한 공격 축구와 오밀조밀한 패스플레이가 참 인상적이다..) 0-1로 뒤지고 있었던 FC서울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는데, 골이 정말 지지리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교체출전한 고명진의 섬세한 중거리슛이 성공을 하고 균형을 맞춘 상태가 되었다. 희망이 보였다. 그러던 중 제주 선수의 드리블 미스를 놓치지 않고 이승렬이 빼앗아 이승렬-고명진-이청용-박용호로 이어지는 공격 패턴으로 속공 플레이의 정석을 보여주며 골을 기록했다. 이청용의 섬세한 크로싱과 박용호의 환상적인 오버레핑이 빛났던 경기였다. 당시 한 해설자는 이 골을 보며 "이게 축구에요 ! 이야!"를 연발했던 기억도 난다. 비가 오는 이 날,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을 위해 당시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를 선사했었다.
(해당 경기 하이라이트 링크 :  http://www.fcseoul.com/fcstv/highlight/tv_highlight_view.jsp)

이 뿐만이 아니다. 2009년 당시에는 울산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바 있고, 2011년 4월 30일 제주와의 경기에서 또다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유감없이 한 방 역할을 해주었다. 이러한 골들 외에도 그의 골은 임펙트가 강한 골들이 많다. 물론 수비수가 골을 넣을 상황이라면 몰린 상황일 경우가 많아 더욱 더 그럴 수 있지만 그의 플레이들은 모두 대단하다 찬사를 보낼만큼 대단한 골들 뿐인 듯 하다. 그는 미남 수비수가 맞지만, 골 넣는 수비수이기도 했다. 정말 드라마틱한 선수 아니던가.

 

 

등번호 15번 박용호 선수는 진실로 FC서울을 사랑했던 'FC서울맨'이다.

 

 

참으로, 진실로 팀을 위했던 선수 


작년에 FC서울 명예기자들끼리 야심차게(?) 준비했던 영상이 있었다. 바로 '삼겹살 토크'로 FC서울내 81년생 닭띠 모임(최태욱, 박용호, 한태유, 이정열, 김동진) 선수들을 삼겹살 집으로 초대, 그들과 토크쇼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같이 삼겹살을 먹으면서 진행되는 형태는 아니었지만 그들이 식사를 하면서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컨셉으로 촬영은 시작되었다.

 





해당영상 "81년생 닭띠들의 수다"(박용호, 최태욱, 김동진, 이정열, 한태유) (출처=FC서울 홈페이지)


 

 

명예기자단이 화두를 던지면 친구 선수끼리 던지고 받고 하는 형태가 매우 재미있었던 토크였는데, 명예기자단을 끊임없이 편안하게 해주고 챙겨주었던 선수가 바로 박용호 선수다.(물론 다른 선수들도 다 챙겨주었지만^^) 토크가 다소 끊길 수 있는 상황에서는 재치있는 언변으로 살려주고, 내성적인(?) 성격의 선수들의 경우 자신이 대신 이야기를 해주는 등 참으로 다정다감한 선수였다.

 


그가 단순히 친구들 사이에서만 윤활유 역할을 해주었으랴. 경기 중에도 그의 모습은 알게 모르게 빛이 났었다.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기 마련이다. 집에서 TV로 시청을 한다면 방송사가 선택해주는 장면만 봐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축구 기자단을 하다보면 그 외적인 것에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내 눈길이 한동안 향해 있던 곳도 바로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 있는 박용호 선수였다. 그는 끊임없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흔들리지 않도록 토닥거리는 역할을 꾸준하게 해왔다. 경기가 지고있을 땐 더욱 더 목소리를 높여 선수들을 격려했고, 항상 뒷 선에서 팀을 추스르는 데 기여를 했다.


 난 이 부분을 매우 높게 평가하는 것이 자칫 무너질 수 있었던 FC서울의 멘탈을 휘어 잡은 숨은 공인이 박용호이기 때문이다. 작년 황보관 감독의 사퇴 이후 첫 지휘봉을 잡은 최용수 감독에게 힘겨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준 것이 박용호였다. '제주 킬러' 박용호의 동점 골을 기반으로 역전까지 이어졌던 명승부였다. 이 당시에 오랜만에 복귀를 했던 그였는데, 당시 삭발투혼까지 감행하면서 경기에 임한 그는 다소 어린 선수들을 토닥거리며 경기를 이끌었다. 당시 본인이 직접 인터뷰를 했었는데 영상을 한 번 보도록 하자. 참 잘생기고 참 말도 잘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FC서울을 위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인터뷰가 아니었나 싶다.

 

 

2011년 복귀 경기에서 동점골을 기록한 박용호 인터뷰. 삭발한 머리가 눈에 띈다.
(출처=FC서울 / 영상=김진웅 명예기자) 

 

 

프랜차이즈들의 떠남, 아쉬움이 커


FC서울에선 최근 유독 수비수들이 이런 현상이 심하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였던 김치곤 선수가 2010년에 울산으로 떠나는가 하면 올해는 부평고 졸업 이후 줄곧 한 팀에만 머물렀던 박용호 선수를 보낸다. 물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아니다. 데려간 감독이 바로 FC서울과 연이 깊은 안익수 감독 아니던가. 누구보다 FC서울을 잘 알고 있는 안익수 감독의 청이 있었다면 최용수 감독과 박용호 선수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최선일 듯 하다.  작년 김한윤을 시작으로 여효진, 박용호 등 FC서울 출신 선수를 선호하는 느낌도 생기는 지금, 그가 부산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박수를 쳐주는 것이 그의 팬으로써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 아닐까 싶다.

 

2006년의 박용호 선수 모습. 벌써 6년전이다.(사진 출처=FC서울 홈페이지)

 

 

최근 어느 프로스포츠에서건 프랜차이즈 시대가 점차 사라져가는 풍토다. 모든 팀들이 자신의 팀을 강화시키기 위해 최적의 조건으로 선수들을 끊임없이 주고 받는다. 이것이 풍토라면 풍토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서 프랜차이즈 선수를 제대로 '은퇴'까지 갈 수 있다면 팬과 선수 모두가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렇게 끝까지 오래 가려면 30대 중후반까지 철저한 관리, 꾸준한 컨디션, 레전드 다운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무조건 오래 있었다고 그럴 필요는 없기 때문이고 팬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한 평가 기준은 물론 다르겠지만 박용호 정도의 길을 걸었던 선수라면 끝까지 남았기를 하는 바람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찌 되었던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도 우리 팬들의 묵묵한 지원일지 모른다. 우리의 멋진 캡틴이었던 박용호. 그가 부산에서 한 번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박수를 보내주자.

 

 

P.S. 그 동안 FC서울을 위해서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선수로써, 인간으로써 너무 존경하고 좋아했습니다.
부산에서 꼭 ! 다시 최고의 자리를 되찾길 바랍니다.



/무한폭격기(akakjin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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