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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폭격기칼럼]FC서울, 머리 위 빗방울을 피하라


                               지난 부산과의 경기에서 FC서울은 0-1 석패를 당했다.(사진출처 = FC서울 홈페이지)



위기설에 익숙한 서울팬들

팩트는 간단하다. 언론에 의하면 작년도 압도적인 승점으로 K리그 챔피언을 차지한 FC서울이 올 시즌 위기설에 봉착했다. 포항전을 시작으로 아직 K리그에서 시원한 승점 3점 한 번 따내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체라 평가되었던 인천에게 홈에서 역전패를 당하며 분위기는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했고, FC서울과는 철천지 원수가 된 윤성효 감독의 부산에게 0-1 석패를 당하며 위기설이 한층 강화되었다.

그렇다. 축구는 스포츠이고, 스포츠는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해준다 하더라도 과함이 없다. 작년 4월,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바르셀로나를 과감히 격파했던 것도, 경기력이 무슨 상관이었으랴. 첼시는 무자비한 수비축구를 감행했고 그 결과 바르셀로나를 꺾어버렸다. 지금 현재 FC서울의 경기력을 과감히 '상대가 너무 수비적이야'라고 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상대가 너무나 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인해 시즌 초반 FC서울은 고난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역전승을 이끌었던 인천의 김봉길 감독은 "서울의 뒷공간을 노렸다."라고 노골적으로 분석에 대한 만족감을 시사했으며, 부산의 윤성효 감독은 "용수가 봐줬다."라며 다소 도발성의 승리 소감을 밝혔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경기에 졌으니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위기설, FC서울 팬이라면 느끼는 부분이겠지만 시즌 초반마다 찌릿하게 들어오는 이 오묘한 느낌. 최근 FC서울이 시즌 초반에 좋은 평가를 들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를 생각해 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자, 일단 작년으로 돌아가보자.



                    작년 FC서울은 대구와의 1라운드 경기에서 1-1 짜릿한(?) 무승부를 기록했다.( 사진출처 = FC서울 두번째 이야기)



작년의 FC서울, 초반엔 어땠을까

작년 역시 FC서울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된 경험이 있다. 숱하게 다른 팀들이 말하는 '데얀 위기설' 이나 '데얀 의존도' 등은 FC서울 팬들에겐 시즌 초반 단골 인사다. 최근 FC서울 팬들의 페이스북을 보면 이제 시즌 초반 이렇게 살짝 흔들리는 모습은 심드렁하게 넘기는 모습들이다. 물론 페이스북 친구로 되어있는 FC서울 팬분들은 내가 봐도 팬으로서의 자세가 투철하신, 묵묵히 믿고 지켜보시는 경향이 있으신 분들이 대다수여서 다른 분들의 반응은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자, 거두절미하고 일단 서두로 내걸었던 작년의 FC서울 초반 경기들을 간단히 살펴보자.

작년 K리그 1라운드 경기는 충격의 무승부를 기록한 대구전이다. 3월 4일 펼쳐진 이 경기에서 FC서울은 대구와 1-1의 스코어를 기록했는데, 경기력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충격이었다. 당시 대구는 영입한 2명의 브라질리안 선수들을 기용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FC서울을 상대로 멋진 경기를 보여줬고 FC서울은 힘겹게 겨우겨우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그 뒤 2라운드에서는 완벽한 패스 축구를 다시 재현해내며 FC서울만의 컬러가 다시 살아나는 듯 했으나, 그 다음인 3라운드 대전전에서는 대전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였었다. 데얀과 몰리나는 폭발 직전의 흥분상태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는 2-0 승리였지만 서울 특유의 플레이는 볼 수 없었던 경기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강력한 우승후보 전북과의 경기에서는 그 동안의 경기력과는 다르게 K리그의 진수를 보여준 경기였다.(싸이가 왔었던 그 경기다!) 아마 작년 경기 중 경기력이 좋았던 경기 BEST 5 안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이 날 경기에서 서울은 전북을 2-1로 제압하고 강팀의 면모를 그대로 이어나가는 듯 했다.




 

                                  작년 부산과의 경기 모습. 이때도 부산의 수비축구에 고전을 했었다.(사진출처=FC서울 홈페이지)



하지만 4월 1일 만우절에 있었던 수원 과의 더비에서 피터지는 전쟁을 펼쳤지만 0-2로 패배하고 말았다. 난 개인적으로 이 경기를 '4월의 저주'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 뒤 제주, 부산, 울산 등과의 경기에서 내리 3무를 기록하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3~4월의 FC서울 경기력을 보자면, 다소 '무공해 축구'와는 거리가 멀게 경기가 운영되었던 것은 사실인 셈이었다. 데얀과 몰리나라는 최강의 듀오도 작년 3~4월에는 맥을 못추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작년 초반 공격 패턴은 대부분이 오른쪽 측면만을 활용하거나 데얀과 몰리나 스스로 풀어나가는 경기력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답답한 시즌 초반을 보냈던 데에는 가장 큰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시즌 초반 상대팀이 철저하게 'FC서울'을 분석했기 때문이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팀에 대한 집중적인 견제는 모든 경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반적인 상황이고 K리그 클래식 또한 이러한 점을 보인다. 작년의 FC서울이 완벽한 우승팀이었지만 뒤돌아보면 이런 힘든 시즌 초반을 보냈다.



                                          데얀은 그냥 믿어주면 되는 그런 선수가 아니었던가. (사진출처 = FC서울 홈페이지)



올 해 역시 견제 속에 있는 외로운 팀, FC서울

올 해 역시 타 팀들의 견제가 살벌하다. 인천의 봉길매직으로 불리는 김봉길 감독은 오래전부터 서울전을 준비해온 듯한 모습을 비추었고, 부산의 경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스쿼드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움직임을 잘 보여주었다. 윤성효 감독의 매직이라고도 불리지만 내가 보기엔 부산은 작년부터 '수비축구'라는 타이틀로 숱하게 강팀을 괴롭힌 경험이 있는 팀이었다. 데얀과 몰리나에 대한 분석은 날이 가면 갈수록 보강되고 시즌 초반의 분위기를 살리려는 비교적 중위권-하위권 팀들은 앞 뒤 가리지 않고 경기에 임하기에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FC서울로서는 힘든 상황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소견이다. AFC에서도 부리람에게 기분 나쁘게 무승부를 기록하며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야말로 K리그 클래식 안에 외로운 독수리의 느낌인 셈이다.



먼 밝은 수평선의 태양을 품었다면 위의 먹구름을 피하라

물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언제나 시즌 초반 거론되었던 공격 패턴의 단순화, 강팀으로 받아야 하는 견제에 대한 압박 등은 FC서울이 앞으로 강팀으로서 명성을 이어나감에 있어 필수적인 극복 과제가 될 것이다. 물론 최용수 감독 또한 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할 것이 분명하다. 불행 중 다행이게도 2주간의 A매치 휴식기간은 FC서울의 문제점을 스스로 파악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절호의 숨고르기 찬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느 날 바닷가에 놀러갔던 때가 떠오른다. 차에서 내려 먼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았는데 너무나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고 난 감상에 젖어 한동안 그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 멀리 수평선에는 저토록 멋진 태양이 나를 반기는데 당장 내 위에는 시커먼 먹구름들이 나를 적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 때 난 시덥잖은 인생 이야기를 혼자 다이어리에 적어 넣었는데 "꿈은 찬란하고 아릅답다. 하지만 그 전에 빗방울부터 좀 피하고 보자."라고 적어넣었다. 누가봐도 오글거리는 다이어리겠지만 난 나름대로 만족을 했던 글귀였다. FC서울, 멀리 우승이라는 꿈을 가슴에 담은채, 당장 머리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야 할 것이다. 그 잠시 빗방울을 피하고 나면 그 멀리 떠올랐던 태양이 어느새 머리 위에 떠있지 않을까?




/대전폭격기(akakjin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