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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수비수야 공격수야? 놀라운 득점행진, 김진규!


공격수야 수비수야? 놀라운 득점행진, 김진규!

 

 한 가지 퀴즈를 내볼까 한다. 그는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18경기에 출전해 5골을 기록 중이다. 그가 골을 넣었을 때 FC서울은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멀티골은 단 한 차례도 없지만, 그가 골을 넣은 5경기에서 4승 1무로 승점 13점을 챙겼다. 이 선수는 누구일까? 정답은 FC서울의 수비수 김진규다.

 

 수비수 본연의 임무는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다. 실점을 허용치 않아야 한다. 골키퍼를 제외하곤 상대방 골대에서 가장 먼 존재다. 당연히 골과도 연관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골을 노릴 수 있는 기회 또한 있다. 각종 세트피스 상황에서다. 헤딩 능력을 갖춘 장신 수비수의 공격 가담은 상대방에게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런 존재가 바로 김진규다. 수비수의 골 기록을 조명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김진규의 득점행진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의미가 있다. 많은 승점을 안겨준 골임과 동시에 선취골, 동점골, 결승골 등 아주 중요한 득점들이기도 하다. 서울극장의 남주인공이 김진규라 해도 충분하다.

 

 가장 최근의 세 경기부터 재조명 해보자. 지난 17라운드, FC서울은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성남을 불러들였다. 상위권 진입을 위한 승점 3점이 반드시 필요한 경기였다. 경기의 균형을 깨뜨린 건 김진규였다. 박희성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것. 침착하게 골대 왼편으로 차넣으며 선취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FC서울은 맹렬한 기세로 성남을 무너뜨리며 3-0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지난 18라운드 전남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김진규가 등장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두 팀은 1-1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FC서울은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얻은 프리킥 기회. 골에어리어 왼편에서의 김치우의 프리킥이 헤딩골로 연결됐다. 주인공은 김진규였다. 또 한 편의 서울극장이 완성됐고, 김진규가 주인공으로 우뚝섰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골의 주인공 또한 중앙수비 파트너인 김주영이었으니, 두 명의 수비수가 팀에 승리를 안겨준 셈이다.

 19라운드 강원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김진규가 나섰다. 후반 13분 몰리나의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헤딩골을 작렬시켰다. 경기는 1-0으로 종료됐고 김진규의 골이 결승골이었다. 팀의 무실점을 이끌며 결승골까지 넣은 그는 이날 경기의 맨오브더매치(MOM)으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특히 강원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면서 FC서울은 3연승을 이어가게 됐고 상위스플릿으로도 진입하게 되었기에 더욱 소중한 골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2라운드부터 살펴보자. 4-4 무승부를 기록한 이 경기에서 서울극장의 시작은 후반 45분부터였다. 3-3 무승부로 경기가 끝날 것이라 생각하던 시점, FC서울은 추가시간에 제주의 서동현에게 네 번째 실점을 허용했다. 패색이 짙던 그 순간, 김진규가 등장했다. 후반 47분 에스쿠데로가 극적으로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것이다. 김진규는 침착하게 공을 왼편으로 차넣으며 4-4 균형을 이루는 동점골을 터뜨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전남과의 13라운드 경기. FC서울은 3-0으로 승점 3점을 챙겼고 김진규는 달아나는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김진규는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하대성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했다. 공은 골망을 흔들었고 상대 전남은 추격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상 살펴봤듯이 결정적 순간마다 골을 터뜨린 김진규는 FC서울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김진규는 지난 2012시즌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기록하며 시즌 4골을 기록한 바 있다. 앞으로도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전담 페널티킥 키커로도 나서는 그이기에 더 많은 골을 기대해볼만 하다. 수비수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하며 수비진을 이끄는 모습이기에 팬들은 더 열광한다. 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금상첨화. 좋은 일에 또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수비수로서도 골게터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김진규의 활약에 FC서울의 경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배가되고 있다.

 

/글=FC서울명예기자 강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