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 특집] 독수리 최용수. 현역 시절 수원전의 추억
현재 FC서울의 감독인 최용수는 현역 시절 자타공인 최고의 스트라이커였다. 그는 K리그에서 통산 148경기 출전 54골 26도움을 기록했고, 2000년엔 14골 10도움을 올리며 MVP 수상 및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대활약을 펼쳤다. 국가대표에서도 그의 활약은 이어졌다. A매치 67경기 출전 27골을 기록했고, 월드컵에도 두 번이나 나가는 등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였다. 이런 실력 때문인지 최용수는 수원을 떨게 만든 적도 있다. 바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00년이다. 최용수는 2000년에 벌어진 5번의 수원과 맞대결에서 4골 2도움을 기록했고, 덕분에 팀도 라이벌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수원전을 맞아, 최용수가 수원전에서 맹활약했던 추억을 돌아보고자 한다.
2000년 수원과의 첫 맞대결은 3월 29일 대한화재컵에서 이루어졌다. 최용수는 선발 출장하여 두 개의 슈팅을 기록하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였지만, 골은 넣지 못했고, 경기는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승부를 가려야 하는 컵대회 특성상 승부는 승부차기로 넘어갔고, 승부차기 첫 번째 키커로 나선 최용수는 실축을 하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 날 경기는 남아있는 경기에서 엄청난 반전스토리의 전초전일 뿐이었다.
다음 맞대결은 4월 9일. 이 날 경기는 치열한 난타전이 벌어졌다. 서울이 정광민의 선제골로 앞서나갔지만, 수원은 이경우가 동점골을 넣었고, 이후 안드레가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지만, 비탈리에게 또 다시 동점골을 허용했다. 안드레가 프리킥으로 골을 성공시키며 다시 달아나자, 수원은 양종후, 비탈리, 이경우가 연속 골을 성공시키며 3-5로 달아났다. 패색이 짙던 상황, 드디어 최용수가 일어섰다. 최용수는 후반 42분 안드레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팀의 네 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최용수의 골로 인해 팀은 흐름을 탈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4-5 패배를 당했다.
이후 양 팀이 다시 만난 건 K리그. 5월 21일 리그에서 첫 대결이자 시즌 세 번째 대결이 펼쳐졌다. 이 날 경기 전 양 팀은 리그에서 나란히 1승1패를 거두고 있었기에, 선두권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한판이었다. 수원이 이경우의 골로 앞서나갔지만, 이 경기의 주인공은 최용수였다. 최용수는 전반 37분 안드레의 프리킥을 백헤딩으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뽑았고, 후반 8분엔 정확한 패스로 정광민의 발리 슈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서울은 이후 김성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지만, 최용수가 직 간접적으로 만들어낸 두 골을 끝까지 잘 지켜 결국 2-1 승리를 거두었다. 서울은 이 날 승리로 2승1패를 기록하며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최용수의 현역 시절 수원과 맞대결을 벌이는 모습 (사진출처-KFA PHOTO)
네 번째 맞대결은 6월 25일에 열렸다. 당시 서울은 리그 1위를 달릴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수원 역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치열한 대결이 예상 되었다. 이 경기에서도 최용수는 변함없이 선발 출장했다. 지난 두 경기에서 골을 터트리며 주전 스트라이커로서의 자존심을 세웠던 최용수는 이번엔 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전반 19분 오른쪽 코너를 파고들던 최용수의 정확한 패스가 정광민의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 된 것이다. 결국 이 한골을 끝까지 지킨 서울이 1-0 승리를 거두며 단독 선두를 지킴은 물론, 승점 22점으로 K리그 팀들 중 가장 먼저 승점 20점대에 자리했다. 최용수 역시 4호 도움을 기록하며, 도움 1위 신진원(5개)을 바짝 추격했다.
마지막 맞대결은 9월 30일에 열렸다. 그해 서울은 리그 중반 10연승을 달리는 등 리그에서 선두를 고수했지만, 수원전을 앞두고 3연패를 당하며 잠시 주춤했다. 게다가 당시 주전 골키퍼였던 신의손 마저 무릎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워 모든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부동의 스트라이커 최용수의 존재는 이 모든걸 상쇄하고도 남았다. 전반 20분 수원의 류웅렬에게 선제골을 내주긴 했지만, 최용수는 전반 30분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상승세를 탄 최용수는 결국 역전골까지 뽑아낸다. 전반 40분 이영표의 패스를 받아 다시 한번 왼발 슈팅으로 골을 터트리며 스코어를 2-1로 만든 것이다. 이후 후반 12분 데니스가 동점골을 넣긴 했지만 후반 36분 최태욱의 패스를 받은 쿠벡이 다시 골을 터트리며 3-2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날 경기는 꽤 거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당시 수원의 김호 감독은 거친 항의 끝에 퇴장 당하기도 했고, 최용수는 수원의 집중 견제 속에 공중볼을 따내던 중 류웅렬에게 무릎으로 등을 가격당하는 아찔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용수는 결국 두 골을 성공시키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고, 팀은 17승7패 승점 47점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경사를 누렸다.
과거 스승은 현역 시절 수원전에서 맹활약을 보이며, 라이벌 앞에서 자존심을 세운 적이 있다. 이젠 그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보여줄 차례다. 이번 슈퍼매치에선 과연 어떤 선수가 靑出於藍(청출어람)을 보이며 스승을 미소 짓게 할지 주목된다.
글=김성수 FC서울 명예기자 sskim12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