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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기획]차두리 합류의 막후를 생각하다

 차두리의 FC서울 합류로 K리그 클래식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끓어올랐다. ‘FC서울‘에 합류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대표 출신의 스타플레이어의 국내 복귀가 더 주목받는 상황인 듯도 하다. 물론 FC서울 팬들도 격앙된 심정을 숨기진 않았다.

 고요한 위기설, 마케팅 효과설, 슈퍼매치 대비설 등등 여러 ‘설‘이 난립하는 가운데, 때마침 현영민의 성남 이적 소식까지 나오며 수비진에 일대 변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설‘까지 제기됐다. 흥분된 분위기를 가라앉혀 보고자 조목조목 차두리 영입효과를 따져보았다.



 

 

1. 순수한 전략적, 전술적 필요에 의한 영입?

 FC서울은 이번 시즌에도 저번 시즌과 같은 전술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을 비롯해 하대성 선수 등도 시즌 개막 전 인터뷰에서 “변화는 없다. 지난 시즌보다 업그레이드 된 FC서울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실제 개막 후 FC서울의 모습을 보면 데얀, 몰리나, 에스쿠데로를 위시한 점유율 높은 공격축구와 패스축구를 선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즌 초반이면 언제나 FC서울을 뒤따르는 문구가 있다. ‘데얀-몰리나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라’. 이 말은 에스쿠데로가 합류할 때도, 윤일록이 합류할 때도 뒤따랐다. 이번엔 차두리 합류에 꼬리를 물고 어김없이 등장했다. FC서울이라는 팀의 전술적 기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어떤 선수가 합류해도 저 말은 등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차두리가 팀의 기조를 바꿀수 있을만큼의 특수성을 지닌 선수는 아니라는 점이다.

 

 

단, 중앙밀집형의 거친 수비에 고전하는 FC서울에는 필요시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좌우 수비수들의 공격가담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차두리의 필요성이다. 현재 그 중심에는 고요한이 있다. 최효진 또한 항시대기 중인 선수다. 두 선수가 동고동락하는 상황에서 차두리의 필요성을 따진다면 과감히 ‘YES'라고 답할 수 없을 것이지만 플레이 스타일의 차이를 고려해야만 한다. 차두리는 고요한, 최효진보다 기술적이지는 못할지라도 저돌적이며 시원시원한 드리블을 보여주며 뛰어난 킥력 또한 보유하고 있다.


 

2. 고요한 위기설과 현영민의 성남 이적

 고요한은 최근 몇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풀시즌을 소화했고 국가대표에 소집되기도 하는 등 휴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차두리의 영입이 고요한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경쟁자의 합류로 인해 고요한에게 동기부여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은 차두리의 필요성을 말하기엔 부족한 근거다. 고요한의 휴식과 동기부여를 위한 가장 좋은 선수가 바로 곁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최효진이다. 상무에서의 복귀 후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차두리의 경우가 더 심각하다. 차두리는 뒤셀도르프와의 계약 해지 후 무직 선수로 남아 있었다.

 

 

 리그와 ACL을 병행하기 때문에 선수 보충이 필요했다는 부분도 쉬이 납득되지 않는다. 현영민의 성남 이적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차두리(33)와 현영민(34)은 불과 1살 차이다. 게다가 전술적 효용면에서는 현영민이 더 낫다고 볼 수도 있다. 현영민은 좌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이 부분은 시각을 달리해야 할 것 같다. ‘아디-김치우-현영민’ 세 명으로 구성된 기존의 왼쪽 수비수들과 ‘고요한-최효진’ 두 명으로 구성된 기존의 오른쪽 수비수들. ‘3명(좌)-2명(우)’ 진용에서 ‘2명(좌)-3명(우)’ 진용으로 단순히 기용 가능한 인원만 뒤바뀐 것이다. 차두리의 합류로 ‘3명(좌)-3명(우)’의 진용이 갖춰지면 선수단 규모가 커져 벤치자원이 너무 많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디, 김치우, 최효진의 뛰어난 멀티성이 수비라인 운용에 유연함을 더해주는 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3. 마케팅 효과

 차두리의 FC서울 합류 소식은 FC서울 팬들을 설레게 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축구 팬들 전체를 들끓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만큼 ‘차두리‘라는 스타선수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이는 국가대표와 FC서울을 오가며 활약하던 박주영과 쌍용의 스타성에 버금가는 스타마케팅 효과를 기대케 한다. 특히 차두리는 제약회사 CF모델로 활동하며 전국민적인 호감캐릭터를 생성하기도 했다. 이런 차두리 합류 효과에 힘입어 단기적인 티켓 파워 뿐 아니라 장기적인 팀 이미지 상승효과도 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FC서울의 한 관계자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용수 감독의 전술 운영을 돕는 동시에 4년 연속 최다 관중을 달성하는 데 힘이 될 것”이라며 차두리 영입에 있어 마케팅 측면을 배제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차두리의 합류 이후 많은 매체에서 그의 이적이 FC서울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든 매체가 차두리의 합류에 대해 전술적으로나 마케팅적 측면으로나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조합해 생각해보면, 마케팅 효과는 논외로 하더라도 ‘FC서울’이라는 ‘팀‘ 자체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전술적 차별성이 낮고 스쿼드 개편이나 선수 보충의 효과도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FC서울의 차두리 영입 전략이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차두리가 FC서울의 선수로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것이다. 차두리가 개막 후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 온 FC서울에 반전의 촉매제가 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차두리가 대형스타로서, 그리고 FC서울의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글=FC서울명예기자 강태명(scudeto@hanmail.net)
/사진=FC서울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