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기획]2013 FC서울의 ‘우리는 멀티 플레2어다’

 

고요한, 최효진, 차두리의 ‘우리는 멀티 플레2어다’


지난 4월 6일 울산전, 거센 비바람에도 굳세게 잔디를 누비던 FC서울의 전사들. 우리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그들의 위치를 보며 무언가 생소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생소함이 아니라 그리움, 혹은 반가움이었을 수도 있겠다. 이유는 ‘오른쪽’에 있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필드에 오른 최효진 앞으로 고요한이 1년 만에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서 선발 출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FC서울에는 오른쪽 측면 수비라인에 멀티 플레이어가 대다수 포진해있다. ‘2개 이상’의 포지션에서 무리 없이 경기를 소화해내는 우리의 멀티 플레‘2’어 3인방이 누구인지 떠오르는가. 4월 6일 경기를 통해서 멀티 플레이어 고요한, 최효진, 차두리가 책임질 2013년도 FC서울 측면 수비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예측해봤다.


고요한의 멀티 플레2


고요한은 세 선수 중에서 가장 어리지만 가장 오랫동안 FC서울에 몸담고 있는 선수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일찍이 프로 데뷔 후 오랫동안 중앙을 지키는 날개로 살아왔다. 그러나 2011년 시즌 후반부터는 최효진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보직을 변경해야만 했다. 고요한은 이러한 상황에서 포지션 변동에 대한 걱정과 불안 따위는 일말도 없는 듯이 새로운 자리에서도 주전을 확실히 꿰차고 팀의 우승 공신이 되었다. 심지어는 국가대표팀에 측면 수비수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재승선하기까지 했으니 그의 수비수로서의 능력을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고요한이 수비수로 성장해가는 동안 FC서울의 우측은 최효진의 복귀와 차두리의 영입 등으로 레드오션이 되었다. 그러나 멀티 플레이어 고요한에게는 이것이 전혀 위기로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 본능을 되살려 오래 전부터 맡아왔던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고요한은 마치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노라 증명하듯이, 오랜만에 측면 미드필더로 자리하여 수비 못지않은 미드필더 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로 인해 FC서울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원의 경쟁 부담을 조금 덜어냈다. 그와 동시에 훌륭한 자원들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로테이션 할 수 있는 새로운 전술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효진의 멀티 플레2


최효진은 2010년 FC서울 입단 후 팀의 우승을 함께 한 뒤 2011년 상주상무에서 군입대 생활을 하다가 2012년 후반 돌아와 다시 팀의 우승을 함께 한, 그야말로 ‘우승청부사’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선수이다. 그 또한 2008년, 2010년 등 A매치에 부름 받으며 축구선수로서의 실력을 입증해왔다. 특히 최효진은 대학 시절 공격수로 뛰다가 프로 데뷔 이후 미드필더로 자리 잡은 멀티 플레이어였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경기가 시작되면 공수는 물론이고 중앙과 측면까지 오가는 최효진은 그 강인한 체력으로 이름을 날리곤 했다.





그래서인지 FC서울에서는 주로 수비수로 뛰면서도 공격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러한 점을 살려 최용수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고요한과 함께 최효진을 선발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는데, 순간순간에 따라 스위치도 가능하며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두 선수가 잘만 적응한다면 새로운 콤비 탄생의 예견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제대 후 새 시즌을 맞이하여 주전 경쟁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보인 최효진. 오른쪽 측면 3파전에서 어떠한 활약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차두리의 멀티 플레2


세 멀티 플레이어 중에서도 가장 폭 넓은 포지션 범위를 자랑하는 선수는 바로 FC서울 신입생(?) 차두리이다. 차두리는 최전방 공격수, 측면 공격수, 측면 미드필더, 측면 수비수 등 그야말로 못하는 것이 없는 ‘멀티’ 선수이다. 그 또한 대표팀을 자주 드나들면서 한국의 주요 선수로 자리매김한 케이스로, 여러 해외 축구팀에서 긴 시간 동안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왔다. 2006년 이후로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를 주로 맡았으며 특히 2010년 월드컵에서 수비수로서 대활약했다. 당시 그의 뛰어난 피지컬과 독보적인 몸싸움을 토대로 ‘차로봇’, ‘차미네이터’ 등의 별명이 붙어 최근까지 기계처럼 빈틈없는 수비를 자랑하는 선수로 유명세를 떨쳤다.






이러한 차두리를 FC서울로 영입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대중성을 고려한 구단 흥행적 측면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전술적인 측면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고요한과 최효진 등 오른쪽 측면 수비수들은 분명히 FC서울에서 제 몫을 해냈다. 그러나 체격 조건을 자랑하는 강인한 오른쪽 수비수가 없다는 점은 종종 안타까움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주로 강력한 축구보다는 패스를 중시하는 서울에게 강력한 피지컬을 갖춘 수비의 보강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인 것이다. 차두리는 이전 시즌 뒤셀도르프에서 팀 내 사정상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는 등 사실상 어디에든 설 수 있는 선수이다. 그렇지만 울산전에서 고요한이 전진 배치되며 자리가 만들어진 것을 보면 FC서울에서 그의 데뷔 포지션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셋의 이름을 유명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모두 포지션이 ‘수비수’라고 뜬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오랜 축구 인생동안 그에 국한되지 않는 무궁무진한 활약을 펼쳐왔다. 실력 좋고 주전 경쟁 치열하기로 소문난 FC서울에서 ‘하필’ 이 뛰어난 국대급 선수들이 오른쪽 측면을 두고 셋이나 모였다. 이는 어쩌면 선수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경쟁으로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K리그 클래식-AFC 챔피언스리그 병행으로 인한 빽빽한 경기일정과 다양한 전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최용수 감독에게 만큼은 인복이 터진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앞으로 이들의 상호 경쟁과 보완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나갈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디어 데이에서 최용수 감독이 밝혔듯이, 차두리의 복귀는 이제 1-2주가 채 남지 않았다. 그의 복귀와 함께 오른쪽 측면의 활발한 협력과 충분한 로테이션이 일어나 상승곡선을 탈 FC서울의 미래를 예견해본다.



/글 = FC서울 명예기자 한원주 (hwj326@naver.com)
/사진 = FC서울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