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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기획]그 남자와 가고 싶다 - FC서울 포토 취재 스토리

FC서울의 외로운 훈녀들 마음을 대변하는 시리즈 포토 취재 스토리

< 그 남자와 가고 싶다 >

1. 봄 처녀도 그 남자와 가고 싶다.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으음~ 혼자 걸어요

 

(7호선 어린이대공원역 1번 출구로 나오면 귀여운 호랑이 수문장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늘은 그녀의 사랑 FC서울의 홈경기가 있는 날이다. 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 근처에도 벚꽃이 많이 피었던데…. 따듯한 햇살과 향긋한 봄내음. 싱숭생숭한 그녀도 벚꽃을 보고 싶다. 그러나 솔로인 그녀, 여의도는 커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왠지 이름도 만만한 ‘어린이 대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숨겨진 벚꽃 명소인 이곳에서는 호랑이가 지하철 입구부터 어린이와 뒤섞여 들어오는 그녀를 맞이한다. 호랑이는 비록 홀몸이지만 우렁차게 주둥이를 벌리고 든든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녀의 옆을 지나가는 다정한 중년 부부. 그녀는 왠지 호랑이의 눈에도 자신의 것과 같은 무언가가 맺힌 것 같은 동질감을 느낀다.

 

 

(2013 서울어린이대공원 봄꽃축제, 4월 13일부터 5월 5일까지 열린다. 입장은 무료.)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울 어린이 대공원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봄꽃축제를 위해 놀러온 가족, 어린이, 커플, 그리고 그녀가 있었다. 그녀는 시종일관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어다니던 어린이 무리들 사이에서 커플을 발견했다. 하물며 저 어린 것들도 짝이 있었다. 그녀는 차오르는 슬픔을 뒤로하고 그 남자와 함께 보고 싶었던 절경을 찾아 헤맨다.

 

 

(서울 어린이 대공원의 명물 음악분수와 만개한 벚꽃 길. 이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음악분수는 흥겹게 울려 퍼지는 동요에 맞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다. 오르면 오를수록 시원한 물줄기가 그녀에게로 닿는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흐드러지게 핀 알록달록한 꽃들의 냄새가 흘러온다. 그녀는 그 남자와 함께 봤으면 더욱 행복했을 것만 같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은 그 이름답게 어린이들이 정말 많다. 그러나 커플도 정말 많다.)

 

 잠시 쉬려던 찰나, 다정한 커플을 다시 맞이한 그녀의 안색이 어둡다. 혼자 꽃놀이를 온다는 것은 참으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 같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젠 그저 소음이다. 장난꾸러기들이 그녀의 머리를 휘저어놓는다. 굳이 그 아이들이 그러지 않아도 그녀의 마음은 이미 폐허인데 말이다. 나오는 길에 마주한 황폐한 화단은 그녀의 마음과도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어린이 대공원을 뒤로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떠났다.

 

왜 밥을 떠먹여줘도 먹지를 못하니!

 

(자비로운 FC서울은 홈경기가 있는 날 종종 세븐스프링스 무료 식사권을 준다. 그러나….)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배고픈 그녀는 식사를 위해 식당을 물색해봤다. 그러던 중 주머니에서 쿠폰을 발견한다. FC서울의 홈경기 때 선착순 입장이나 하프타임 이벤트 당첨 등의 상황에서 자주 받을 수 있는 유용한 1인 무료 식사권이다. 그러나 그녀의 쿠폰은 가차 없이 구겨져있었다. 왜 그런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는 것이 좋겠다.

 

(현재 VIPS는 4월 한 달간 중, 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증 제시 시 평일 샐러드 바를 대폭 할인시켜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은 홍대점이다.)

 

 경기를 직접 관람하는 날은 에너지 소모가 굉장하다. 그래서 그녀는 뷔페로 향한다. 혼자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것은 인생에서 꽤나 호기롭고 값어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그 남자와 함께 왔다면 더 맛있었을 텐데. 그녀는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잠시나마 해소하기 위해 핸드폰을 든다. 환하게 웃고 있는 FC서울의 꽃미남 미드필더 고명진 선수는 그녀의 ‘그 남자’ 후보 중 한 명이다. 오동통한 새우를 한 점 찍어 그에게 건넨다. 그러나 고 선수는 눈앞에 있는 새우를 떠먹여줘도 먹지를 못한다. 마음이 아프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열정의 90분 안에

 

 그녀는 경기가 열리기 2시간 전 쯤 경기장에 도착했다. 원래 직관을 제대로 즐기려면 1~2시간 정도 일찍 와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북측광장의 데일리 이벤트와 특별 사인회 등의 행사를 실컷 구경할 수 있다. 또한 경기 시작 전 1시간~30분 정도에 일찍 착석하면 미리 관중들을 구경하러 뒷짐 지고 나온 김주영 선수나 이적 후 코치진을 향해 쑥스럽게 인사하러 오는 옛 동료들을 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그 뒤로는 선수들이 단체로 나와 워밍업을 꽤 오랫동안 하고 들어가니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종종 사인볼을 던져주기도 한다. 물론, 그 남자가 이미 있다면 이들 또한 더욱 즐거운 활동이 될 것이었겠지만.

 

(특별 사인회 중인 김치우 선수, 워밍업 중인 몰리나 선수)

 

 전반 동안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외친 그녀는 하프타임이 와도 쉬지 않았다.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야만 행운의 사다리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미출전 선수들의 캐논슛 또는 골대 맞추기 내기, FC서울 퀴즈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FC서울은 경기 전, 경기 도중, 하프타임 그 어느 순간도 관중을 위한 배려를 멈추지 않는다. 혼자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응원이 특히 그렇다. 그녀는 지금의 90분만큼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마포에 남아~

 

(상암월드컵경기장 내부에는 CGV와 홈플러스 등 각종 문화시설이 즐비하다. W석 입구 근처 아래쪽에는 2002 FIFA 월드컵기념관이 있다. 입장료 1000원, 다양한 내부 시설 구경 가능.)
 

 

 꿀 같은 승리를 얻고도, 선수들의 퇴장 인사를 받고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아 MVP 인터뷰까지 구경하고도 그녀는 집에 돌아가기가 아쉬웠다. 그러한 기분으로 근처를 배회하다가 월드컵기념관을 발견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여러 전시물품들과 인터뷰실, 감독실, 워밍업실, 탈의실 등을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FC서울 골수팬인 그녀는 이미 너무 많이 가본 탓에 결국 월드컵경기장 내부의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FC서울 유니폼이 등장한다는 신하균 주연의 ‘런닝맨’을 꼭 보고 싶었지만 벌써 상영이 끝난 것 같다. 그 남자가 있었다면 개봉하자마자 손잡고 와서 챙겨봤을 텐데. 혼자라서 민망한 그녀는 무인발권기에서 표를 뽑으며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서형욱 해설위원의 가게로 유명한 홍대 ‘이런된장’. 축구팬들을 위한 축덕데이도 있다. 방문객들을 위해 4월 30일까지 K리그 공식가이드북 ‘뷰티풀 K리그’를 30% 할인 판매 중.)

 

 이윽고 밤이 무르익자 그녀는 젊음의 거리로 나섰다. 저녁을 먹기 위해 합정역 근처에 위치한 한 식당을 찾은 것이다. 그녀는 구수한 우렁 된장을 열심히 비벼먹으며 문득 줘도 못 먹던 그 남자가 생각났다. 서글퍼진 그녀는 K리그 공식가이드북을 하나 사서 책장을 넘기며 고독을 씹다가 문득 소주 한 잔이 먹고 싶어졌다. 그 길로 망원역에 위치한 술집에 달려갔다. 이전에 FC서울 ‘아지트’로 이용된 적도 있는 그 곳은 FC서울 관련 데코레이션이 천장을 뒤덮고 있어 FC서울 팬에게는 안성맞춤인 가게이다. ‘요즘 홍대 근처에 있는 1인 노래방이 그렇게 유행이라던데 거기나 가봐야겠다.’ 그렇게 그녀는 쓰디 쓴 술잔을 넘기며 오늘 하루 직관 전후에 있었던 많은 일을 회상했다.

아, 정말로 그 남자와 함께이고 싶다.

 

(*그 남자: FC서울의 외로운 훈녀들과 짝이 되어 경기를 같이 보러가 줄 미래의 남성)

 

/글&사진=FC서울 명예기자 한원주(hwj12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