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구단이 사람들에게 ‘명문 팀‘ 이라고 불릴 수 있는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
팀의 퍼포먼스, 오랜 역사, 많은 우승 트로피, 두터운 팬 층, 구단 서비스 및 경기장 시설 등 많은 의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명문 팀’이라고 불리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전 세계에 수많은 프로 축구팀이 저마다 명문임을 자처하는 작금의 상황을 미루어볼 때, 앞에서 말한 여러 조건들은 명문 팀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닌듯하다.
이를 위해 두 가지만 제시해 보자면 첫째로 팀의 역사 속에서 팀과 흥망성쇠를 함께 해온 레전드 플레이어의 존재, 그리고 구단-선수-팬 사이의 신뢰와 따듯한 관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때문에 아디의 은퇴식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3월 8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FC서울과 전남의 K리그 개막전에 앞 서, 8년 동안 FC서울에 몸담으며 주축 수비수로 활약한 브라질 출신 아디 ( Adilson Dos Santos ) 의 은퇴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출저=FC서울명예기자
2006년 FC서울에 입단한 아디는 남미 출신의 수비수는 한국 무대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남기지 못한다는 주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한국 선수보다 더 FC서울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포지션은 본래 레프트 풀백이지만 팀의 상황에 따라 중앙수비수, 유사시에는 미드필더로 경기를 나서며 헌신적인 플레이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8년 동안 모든 대회를 통틀어 305 경기를 소화했고 (K리그 통산 264경기-FC서울 역대 2위 기록),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K리그 베스트 일레븐을 무려 5회나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수비수 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8년 수원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의 헤딩 선제골, 2010년 제주와의 챔피언결정전 결승 헤딩골은 그의 커리어 중 백미로 꼽힌다. 하지만 그의 나이가 불혹에 가까워지고, 결국 2013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러한 레전드 아디의 은퇴식을 위해 FC서울 구단과 팬들은 이 날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질 정도로 많은 것을 선보였다. 보이기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닌, 진심을 담았다는 것을 느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것은 FC서울 구단과 팬이 아디를 단지 외국인 용병 선수로서가 아닌, 진정한 서울의 역사로서 대우한 것이었고 꽃샘추위로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출저=FC서울명예기자
아디의 은퇴식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앞서 이야기 한 진정한 레전드 플레이어의 탄생의 공식화와 더불어 구단-선수-팬 사이의 유대관계가 돋보였다는 점이다. 아디의 공식 출전 횟수를 기념하기 위한 305명의 팬들이 그라운드를 채웠고, 가족과 함께 나타난 아디는 서포터즈 석으로 올라가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305명의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구단과 팬들에게 유니폼을 전달받았으며 기념사진도 남겼다. 또한 전광판에는 최용수 감독을 비롯해 귀네슈 감독, 이장수 감독, 데얀, 이청용, 기성용 등 아디와 함께 했던 감독 및 선수들의 영상편지가 상영되었고 아디는 만감이 교차한 듯 뭉클한 표정을 지었다. 아디를 위한 이벤트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05명의 팬들은 그의 백넘버인 8이 그려진 클래퍼를 들고 숫자 8 대형을 갖추는 카드섹션을 펼쳤다. 그라운드 안에 만들어진 숫자 8과 팬들의 헌정 영상 그리고 경기장 상단의 대형 통천까지... 이 모든 것에 감격한 아디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디의 은퇴식은 그 어떤 은퇴식보다 성대했고 감동적 이였으며 아름다웠다. 이는 한 클럽의 레전드를 넘어 K리그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그에 대한 모두의 예우였다. 팀에서 오랫동안 훌륭한 활약을 펼쳤던 선수의 마지막을 소홀하게 하여 선수와 팬들의 마음을 돌리게 했던 많은 경우들이 존재하는 것이 세계 프로축구계의 현실이기 때문에, 아디의 은퇴식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우리는 선수로서의 아디를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아디가 코치로 FC서울과 동행을 계속해 나가기 때문이다. 민족시인 만해 한용운은 시 ‘알 수 없어요’ 에서 ‘타고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다' 고 했다. 선수로서의 아디는 ‘타고남은 재‘ 이지만 코치로서의 아디는 ’기름‘ 이 되어 FC서울 선수들과 수많은 팬들의 가슴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글=FC서울명예기자 한충혁(salmosa0127@nate.com)
/사진=FC서울명예기자 이정훈
'FC서울 이야기 > 명예기자의시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전부리]D.I.Y FC서울 핸드폰 케이스! (2) | 2014.03.15 |
---|---|
키워드로 보는 아디와의 8년! (0) | 2014.03.10 |
[ACL 프리뷰] FC서울 개막전 패배를 딛고 ACL 2연승에 도전한다! (0) | 2014.03.10 |
FC서울의 전설 아디. 알려지지 않은 그의 다양한 이야기들 (2) | 2014.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