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클레이 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 농구 대통령 허재,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3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그 스포츠 종목을 대표하는 최고의 왼손잡이 플레이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구기 종목에서 왼손잡이 선수들은 오른손잡이 선수들과 같은 실력이라고 가정할 때, 그들에 비해 유리함을 얻는다. 인구의 10~20% 정도를 차지하는 왼손잡이가 나머지 대부분의 오른손잡이에게 생소함을 주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습관은 제 2의 천성이라 했듯이 인간은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더욱이 운동선수들은 더 나은 플레이를 위해 더 효과적인 습관을 얻으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존재다. 그러한 그들에게 축적된 습관인 정방향의 오른편에 비해 역방향의 왼편은 생소함으로 다가와 공격하거나 수비하는데 월등 애를 먹게 된다. 이것이 왼손잡이들에게 유리함을 가져다주는 이유다.

 

축구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디에고 마라도나, 파올로 말디니, 라이언 긱스, 리오넬 메시까지... 세계 축구계를 수놓은 왼발잡이 플레이어들이다. 대게의 경우 어느 팀이건 왼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에 처하게 된다. 그러므로 뛰어난 왼발 플레이어를 가진 팀은 강팀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조건을 갖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측면, 중앙지향의 왼발 선수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면 그 팀은 그라운드 전 공간을 백분 활용할 수 있는 경기운영을 할 수 있다.

 

FC서울은 여태까지 리그 최고의 왼발 플레이어들을 보유해왔으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K리그의 역사를 써내려갈 수 있었다. 과거에도 FC서울에 여러 훌륭한 왼발 플레이어들이 존재했었지만 본 기사에서는 현재 FC서울 최고의 왼발잡이 플레이어와 그들의 왼발이 특히나 빛났던 순간에 대해 조명해보고자 한다.

 





1. 김치우 - 2014 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레바논 전 1-1 프리킥 동점골

2008년 전남에서 FC서울로 이적한 김치우는 병역 의무를 위해 상무에서 뛴 시절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FC서울에서 활약하고 있는 왼발의 달인이다. 왼쪽 측면수비수가 주 포지션이지만 상황에 따라 왼쪽 미드필더, 공격수까지 소화 가능할 정도의 공격 본능을 자랑하여 팀이 필요로 할 때 꼭 필요한 한 방을 터뜨린 기억이 많은 선수이다. 왼발 킥력을 이용한 위협적인 프리킥 능력은 보너스다. K리그 통산 244경기 16득점 2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김치우의 공격 본능이 가장 빛났던 순간은 여러 장면을 생각 할 수 있다. 2010 K리그 최종전 대전과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상황 교체 투입되어 후반 42분 팀을 챔피언 결정전으로 이끈 오른발 득점, 또 뒤이은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만드는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슛 득점 등 여러 순간이 있지만 이 글의 주제인 그의 왼발이 가장 빛났던 때는 2014 FIFA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레바논전 동점 프리킥 득점 순간이다. 대한민국 사람 모두를 열광케 했던 장면이었다. 월드컵 본선진출을 위해 대한민국은 레바논을 맞아 승리를 다짐했으나,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0-1로 끌려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후반 추가 시간 터진 김치우의 극적인 동점 프리킥 골로 1-1무승부를 기록했다. 패배라는 그림자가 엄습해오는 후반 추가 시간 때 많은 부담감을 뒤로하고 멋진 궤적을 그리며 골대 안에 들어간 김치우의 극적인 프리킥 동점골은 한국을 321패로 최종예선 조 1위를 가까스로 유지할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된 소중한 득점이었다,

 

 





2. 고명진 - 2013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포항 전 2-0 쐐기골

2003년 어린나이로 FC서울에 입단하여 현재 부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고명진은 FC서울의 대표적인 원클럽맨이다. 중원에서의 깔끔한 패싱력과 경기 조율이 특기인 선수다. 주로 중원에서 팀의 무게중심을 잡으며 활약하지만 상황에 따라 측면까지 소화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이다. 또한 특유의 깔끔한 왼발 킥을 이용한 패스에 능할 뿐더러 때론 위협적인 왼발 슛 능력까지 겸비했다. K리그 통산 183경기 1114도움을 기록 중이다.

기록이 말해주는 것처럼 고명진은 분명 많은 득점을 올리거나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고명진의 왼발 킥 능력이 빛났던 순간이 있었으니 그 경기는 바로 지난 2013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포항과의 경기였다. 리그 선두 포항을 맞아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을 위해 꼭 승리해야했던 FC서울은 몰리나의 선취골과 고명진의 추가골로 포항을 2-0으로 가볍게 이기며 단독 3위에 올랐다. 이 경기에서 두 번째 득점인 고명진의 득점 장면은 곱씹어 볼만한 멋진 장면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고명진은 빠른 스피드로 데얀과의 2:1패스에 이은 전광석화 같은 왼발 킥으로 쐐기 골을 뽑아냈다. 고명진의 순간적인 문전 침투에 이은 반 박자 빠른 슛팅과 데얀의 센스가 돋보이는 힐패스의 하모니는 왜 FC서울이 K리그 강팀인지 알려주는 증거였다.

 






3. 오스마르 - 2014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제주 전 중거리 슛

 

오스마르는 이번시즌 태국의 부리람 유나이티드에서 FC서울로 이적해 온 스페인 출신의 수비수이다. 192cm의 큰 키에 탄탄한 신체능력과 스페인 출신 특유의 기술을 갖춘 전천후 플레이어로서 수비형 미드필더 등 멀티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유틸리티 능력도 갖췄다. 또한 정확한 왼발을 이용한 패싱력이 좋아 수비수로서 빌드업에도 능하다. 최근엔 FC서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오스마르는 특히 강력하고 정확한 왼발 킥을 바탕으로 골 넣는 수비수로서의 재능을 보여왔는데, 스페인 2부리그 라싱 산탄데르 B팀에서 64경기 7골을 기록하였으며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에서는 45경기 6골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강력한 왼발 킥 능력을 갖춘 오스마르가 빛난 장면으로 지난 326일에 열린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제주전에서의 중거리 슛을 꼽을 수 있다. 이 경기 전까지 FC서울은 리그 첫 승을 거두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이었다. FC서울은 첫 승을 거두기 위해 분전했으나 0-0 득점 없이 전반전이 끝났다. 후반전에도 계속된 혼전 중, 후반 3분 상대 수비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해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흐르는 볼을, 다른 선수라면 감히 슈팅을 생각지도 못한 거리에서 오스마르가 전광석화 같은 왼발 중거리 슛으로 연결했고, 거의 득점처럼 보이는 이 슛을 골키퍼가 가까스로 선방해냈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으나 이 슛은 잠자고 있던 FC서울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운 한방이 되었고, 이 분위기를 이어나가 고요한, 윤일록의 연속 골로 FC서울은 리그 첫 승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리그 첫 승을 위한 반전의 계기는 바로 오스마르의 왼발 중거리 슛이었다.

 

오른쪽을 의미하는 영어 ‘RIGHT’는 다른 말로 옳은, 올바른이라는 뜻 또한 갖고 있다. 이 말은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지금에야 그러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지만 소수의 왼손, 왼발잡이들은 언제나 오른손, 오른발잡이를 위한 세상에 길들여져 왔다. 오른손잡이를 위한 물건들, 필기방식,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남들이 피해가 가지 않는 자리를 잡아야하지 않은가.

하지만 축구에서라면 이 'RIGHT' 의 사전적 의미를 뒤집어야 할 것 같다. 흔히 축구는 각본이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우리가 축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플레이와 결과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세상의 상식은 축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 예측 불가능성 -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왼발잡이들이 더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는 - 을 생각하여 왼발잡이 플레이어에 주목하여 축구를 보는 것은 어떨까? 이것은 축구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FC서울 명예기자 한충혁 (salmosa0127@naver.com)
/영상=FC서울 명예기자 이대수
/움짤=FC서울 명예기자 정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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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C서울명예기자 블로그지기 2014.04.1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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