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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폭격기칼럼] 제파로프 이적, FC서울 여름 이적 시장 행보는?


제파로프 이적, FC서울 여름 이적 시장 행보는?

 

제파로프가 뛰었던 이 전북전이 우리가 예상치 못한 마지막 경기가 되었다.


 

우즈베키스탄의 박지성세르베르 제파로프 선수가 이적한다. 2010 FC서울로 전격 이적되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제파로프는 송곳 같은 스루패스와 적절한 게임 조율로 인기를 끌어오던 FC서울의 떠오르는 용병 스타였다. 88번이라는 특이한 등 번호로 각인되어 이제는 FC서울의 완벽한 한 식구가 된 그가 떠난다는 소식에 팬들은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제파로프의 이적. 사실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제파로프는 어떤 선수?

제파로프가 처음 FC서울로 임대되어 오던 시절, 사실 제파로프라는 선수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본인도 제파로프의 능력에 대해선 자세히 몰랐던 터라 데이터가 가장 정확하다던(?) FM 게임에서 제파로프를 바쁘게 영입해서 능력치를 체크해 보았다. 그리곤 생각보다 높은 능력치에 인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식은 좀 우습지만..) 그리고 실제로 게임 내에서 제파로프 선수 영입을 최용수 수석코치가 칭찬을 해주었다. 제파로프라는 선수에게 주목하게 되면서 우즈베키스탄에는 막심 등과 같은 좋은 선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제파로프 임대 당시 모습.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색다르다.



AFC에서는 이미 스타였다. 2008년 올해의 선수상 수상을 수상했고, 우즈벡 내에서는 이미 최고의 선수였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우즈벡의 박지성이었다. FC서울 임대기간 그가 보여준 플레이들은 그야말로 명품이었다. 조그만 체구에서 나오는 강력한 왼 발 슈팅은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었으며 모든 포지션에서 플레이가 가능할 정도로 포지션 적응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한 마디로 명석한 선수였다. 그 결과 작년 FC서울에게 우승컵을 안겨주는데 큰 역할을 했다. 데얀은 우승 이 후 인터뷰에서 제파로프와는 내년에도 같이 뛰어야 한다.”라고 제파로프를 치켜세웠다. 그만큼 제파로프는 팀 내에서나 팬들 사이에서나 최고의 선수였다.


작년 유난히 데얀과 잘 맞았던 제파로프. 가히 K리그 최고의 선수들 다웠다.



그리고 그의 이적으로 인해 우즈베키스탄은 K리그 스카우터들의 집중 관심 대상이 되었다. 올 해 수원으로 게인리히가 이적이 되었고, 인천도 카파제 선수를 영입하게 되었다. EPL로 따지면 박지성 선수를 필두로 EPL이 한국 선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만큼 제파로프는 대단한 선수다.

 


올 시즌 그의 모습

올 시즌 들어 팬들이 가장 걱정하던 것은 시즌 초반 대박 영입의 주인공인 몰리나와의 호흡이었다. 시즌 초반 자주 플레이 루트가 자주 겹치는 현상을 보여주었고, 급기야 황보관 전 감독은 용병 선수 중 한 명을 제하고 뛰는 방법도 택한 적이 있다. 우즈벡 최고의 미드필더 제파로프와 K리그 슈퍼 용병 몰리나 선수간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보다 낮게 창출된 것이다.

 

올시즌 자주 측면 미드필더로서 활약했던 제파로프.

 

최용수 감독대행이 시작되면서 제파로프는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자주 기용이 되었고, 몰리나는 데얀과 투톱으로 기용이 되었다. 사실 제파로프는 중앙 미드필더로서, 몰리나는 측면 미드필더로서 활약해 오던 선수이다. 제파로프가 공격적인 성향도 뛰어난 선수이지만 작년 임대시절 플레이를 보아도 제파로프는 중앙 미드필더가 어울린다.(적어도 FC서울에선) 하지만 현재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하대성, 고명진, 문기한 등의 선수가 포진되어 있고 이들 중 한 명을 빼고 제파로프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기엔 다른 선수들이 너무나 아까웠다. , 최용수 감독대행으로서도 스쿼드에 있어 꽤 고민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선택은 모든 선수를 쓰되, 제파로프의 포지션 이동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제파로프가 왼쪽 미드필더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기에 가능한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이 해결책에서 FC서울은 사실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제파로프의 특기인 칼 같은 패스의 횟수는 작년에 비해 많이 줄었고, 돌파를 위주로 해야만 하는 왼쪽 측면에서 거친 K리그 수비에 돌파가 다소 어려운 감이 있었다. 제파로프 선수답지 않게 공을 끄는 현상도 자주 눈에 띄었다.

문제는 제파로프만이 아니었다. 몰리나도 제 실력을 못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FC서울의 공격수 부족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데, 몰리나가 데얀에게 집중되는 수비수들을 분산시켜줄 유일한 선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몰리나의 공격 스타일은 이전까지(성남시절까지) 수비수를 앞에 공간을 두고 플레이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 1선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하는 플레이보단 2선에서 침투하는 스타일이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최전방 공격수보다 측면 미드필더나 공격형 미드필더(CAM)이 어울렸던 선수라는 것이다. 몰리나에게 골 가뭄이 생길 수 밖에 없다. K리그 내 최고의 네임 벨류를 지니고 있는 두 선수의 현재 시즌은 어려웠다. 아쉬운 사실이지만 사실이다.

 

제파로프 자리보단 ‘FC서울의 자리를 채우자

가슴 아프지만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제파로프의 이적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FC서울 입장에서 바라 본다면 얼른 또 다른 영입을 시도해야 한다. 올 여름 이적시장, K리그가 뒤숭숭한 상태에서 모든 구단들이 조심스러워 하고 있지만 FC서울 입장에선 신중하게 다가가야 한다. 제파로프는 3년 계약이었다. , 제파로프가 빠진 자리를 채울 선수는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올 시즌 그의 덤블링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 중에 하나다.



하지만 여기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제파로프가 빠졌다고 해서 제파로프 자리를 채울 필요가 없다. 우리는 FC서울의 빈자리를 볼 줄 알아야 한다. 지금 현재 FC서울의 자원이 어디가 부족하고 어디가 문제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은 이를 중점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곳은 바로 공격수. 몰리나를 2선으로 이동시키려면 1선에서 데얀과 함께 포스팅이 가능한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 패스 능력도 좋고 헤딩 능력도 갖추고 있는 선수가 오면 금상첨화다.(정말 FM이었다면 지동원 선수를 데려왔을 것이다.) 공격수 영입 효과는 단순 1선 공격 능력을 향상 시키는 효과도 있겠지만 몰리나를 2선으로 내리면서 몰리나의 활발한 활약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1 2가 되는 셈이다.

두 번째로 다소 불안한 수비수영입이다. 작년 26실점으로 K리그 방어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수비력이 좋았지만, 김진규, 최효진, 이종민 선수의 대거 이적 및 군 입대로 수비력이 많이 약해졌다. 하지만 수비수 영입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수비수의 경우 팀 내에 단기간 내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며 올 시즌 적응 기간이 늦어지게 되면 측면 수비수의 경우 결국 1년용으로 전락하게 된다. 1년 반 뒤에 최효진, 이종민 선수의 복귀가 있기 때문에 수비수 영입을 한다 하더라도 측면 수비수보다는 중앙 수비수를 보완하는 편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그를 갑자기 보내려니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



Xayr(하이르)! 제파로프!

우즈베키스탄 언어로 Xayr(하이르)는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이라고 한다. 우리는 제파로프와 함께 지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처음 왔을 때부터 매우 친근하게 생각했고, 지금은 우리에게 참 친근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뛰어난 선수였고 멋진 선수였다. 급작스러운 이별이기에 당황스럽고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제파로프가 떠난다면 그 누가 잡겠는가. 짧은 기간 고생한 제파로프에게 박수를 쳐주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사를 해보자. 하이르! 제파로프 !



/FC서울 명예기자 김진웅
(akakjin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