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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리뷰] 끝내 부산의 골문을 열지 못한 FC서울의 아쉬운 원정길


 3월 17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FC서울과 부산 아이파크가 격돌했다. 양 팀 모두 이전의 두 라운드에서 한 번도 승리를 얻지 못해 나란히 10위, 11위를 기록하면서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경기였다. 특히 지난 시즌 FC서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윤성효 감독이 올 시즌에는 부산의 감독이 되었다는 사실이 이 경기에 대한 FC서울 팬들의 관심을 더욱 집중시켰다.



 이 날 FC서울은 평소와 같은 4-3-3 전형으로 출발했다. 수비진은 김진규의 부상으로 아디를 센터백으로 배치한 뒤 부리람전에 이어 현영민을 선발했으며 새 얼굴 김남춘의 이름을 대기 명단에 올렸다. 이 날 하-고 콤비의 뒤를 든든하게 책임질 수비형 미드필더 또한 부리람전의 연장선에 놓인 최현태였다.

 


 

 경기 초반 FC서울은 ‘무공해’의 기세를 착실하게 이어가는 듯 했다. 전반 8분 고명진의 킬패스가 부산 수비수 3명을 그대로 뚫고 데얀에게 닿기도 했으며 13분 고요한의 정확한 롱패스가 에스쿠데로에게 이어져 왼쪽으로 골문을 살짝 비켜나가는 아쉬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15분 몰리나의 경미한 부상이 악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을까, 16분 프리킥 상황에서 한지호의 위협적인 무회전 슛과 김용대의 아슬아슬한 선방으로 튀어나간 골이 틈새를 노린 윌리암에게 잡혀 실점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후로 후진배치 되어 단단하게 잠긴 부산의 골문은 열릴 줄을 몰랐다. 27분 몰리나의 왼발 코너킥이 정확하게 데얀의 헤딩으로 이어졌으나 에스쿠데로가 부산의 수비진과 엉키며 기회가 무산되었다. 전반전 추가시간 박종우의 파울로 얻어낸 프리킥 상황 또한 왼쪽 포스트를 살짝 비켜가며 계속해서 운이 따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전에도 계속해서 안타까운 모습의 FC서울이었다. 후반 14분 몰리나가 재치 있게 사이드로 빼돌려 데얀에게 건네준 골이 그대로 동점포를 터트리는 듯 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이에 박희성과 고광민을 차례로 투입한 FC서울은 포메이션을 4-4-2 형태로 전환하며 공격을 보강했다. 특히 고광민은 짧은 시간에도 패기 넘치는 돌파를 선보이며 끝까지 부산의 질식수비를 헤치기 위해 노력했다.

 


 

 계속된 슈팅은 번번이 이범영의 선방에 좌초되었고, 경고도 불사하고 달려드는 부산의 거친 수비 덕분에 FC서울의 중원에서 이어지는 공급이 자꾸만 끊기며 무기력해졌다. 객관적으로 FC서울보다는 한 수 낮은 전력으로 평가되는 부산이었지만, 당황한 FC서울 공격진의 패스 연결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점점 악몽이 현실화 되는 듯했다. 그러나 볼 점유율은 56%로 오히려 FC서울이 더 높았으며 경기력 또한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세 경기. 얄궂게도 지금까지 만난 팀들은 모두 수비를 걸어 잠그고 FC서울의 혼란을 야기하여 한방을 노렸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모든 팀의 타깃이 된 FC서울. 이전 시즌과 거의 유사한 전술을 구사하기에 그만큼 안정감 있고 끈끈하지만 그러면서도 간파당하기 쉬운 상태에 놓인 것이다. 이제 K리그 클래식에는 잠시 A매치를 위한 휴식기가 찾아온다. FC서울은 그 기간 동안 연이은 무승으로 인해 지친 선수들의 안정을 취해야 한다. 또한 윤일록의 보강과 데몰리션 콤비의 전술적 다양함으로 재무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직’ 세 경기다. 괜히 섣불리 출발이 좋지 않다며 미래를 낙담하기에는 이르다. 언제든 추진력을 얻으면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프리시즌 동안 충분히 준비한 기량을 천천히 끌어올려 그것을 여실히 보여줄 수만 있다면 지난 시즌의 영광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큰’ 새가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그만큼 오랜 날갯짓이 필요하다. 2주 만에 돌아올 FC서울의 다음 경기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의 경남전이다. 2년에 걸친 경남의 간판스타 김주영과 윤일록의 영입으로 서포터즈 간의 핏빛 전쟁을 예고하는 경기에서 그 비상의 신호탄을 함께 지켜보자.

 

/글=FC서울명예기자 한원주(hwj326@naver.com)
/사진=FC서울명예기자 홍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