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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폭격기칼럼]'슬램덩크 산왕전' 같았던 전북전

슬램덩크 소장판 21권 장면. 산왕공고의 매서운 공격이 시작되자 체육관 밖에는 소나기가 쏟아지는 장면.

 

90년대 최고의 인기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슬램덩크 안에서의 명 경기라고 한다면 역시 마지막 경기였던 북산 VS 산왕이 아니었을까 싶다. 산왕이라는 무시무시한 팀을 상대로 북산은 투지와 이길 수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덤빈다. 초반에는 대등한 경기를 펼치다가 중 후반에는 산왕의 매서운 공격이 이어진다. 점수차도 크게 벌어지며 북산은 이길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북산은 되살아나고 결국 간발의 점수차로 승리를 거둔다.

이 만화에서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북산의 상황을 날씨에 비유하는 재치를 보여준다. 산왕에게 거세게 밀릴 때는 경기장 밖에서 폭우가 쏟아진다. 그러다가 북산이 되살아 나는 시점에 이르게 되면 비가 서서히 멈추기 시작하더니 완벽히 살아났을 때는 태양이 떠오른다. 사소한 묘사였지만 매우 섬세하고 재치있는 묘사가 아닐 수 없다.

오늘 ‘FC서울 VS 전북의 경기도 슬램덩크 만화처럼 날씨가 경기를 묘사해 주었다. 아마 밝은 달이라 떴더라면 결과가 어찌 되었을까라는 상상도 해보았다. 전북의 매서운 공격이 이어질 땐 그렇게 폭우가 쏟아지더니 흐름이 서울 쪽으로 오자 빗방울의 굵기가 서서히 줄어들더니 경기 막바지에는 비가 잠시 멈추었다. 경기 결과는 2-2. 누구의 달빛도 떠오르지 못한 채 경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전북은 선두를 고수하지만 한발 더 치고 나가야 하는 서울로서는 아쉬운 경기였다.

 


                    정말 장대비가 쏟아졌다. 장대비 속에 에닝요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매서웠다. (사진=스포츠조선)



비가 쏟아지다

경기 시작 전부터 비가 올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경기 시작과 동시에 하늘에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폭우가 쏟아졌다. 전북은 이동국, 에닝요, 루이스, 이승현 선수를 앞세워 거세게 몰아부쳤다. 미드필더에서부터 압박이 이루어졌고, 서울에 대한 압박수비가 펼쳐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고요한 선수가 부상으로 교체 당했다. 1실점 뒤에 에닝요 선수가 FC서울 서포터즈를 조롱하는 듯한 세리모니를 펼쳐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후에도 전북은 거세게 몰아부쳤다. 특히 이동국 선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공격은 서울 수비진들의 전진배치를 저지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이동국 선수의 어시스트로 FC서울은 0-2로 뒤쳐지게 된다. 전반전 끝나는 순간까지 전북의 거센 공격이 이어졌다.

 

후반에도 비는 계속 내렸다

FC서울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공격적인 축구를 보였다. 하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고 오히려 수적 열세인 전북은 공격부터 수비까지 간격 유지를 철저히 하며 공간을 쉽사리 주지 않았다. 이에 최용수 감독대행은 이승렬 선수를 빼고 김태환 선수를 투입하면서 오른쪽 측면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전북의 골문을 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선수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동국 선수를 중심으로 역습 축구를 구사했다. 오히려 미드필더에서부터 압박을 하며 쉽게 공격선으로 넘어오지 못하게 막아섰다. 전북의 무서움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후반 15, 서울의 가능성을 보이다

서울의 플레이가 차츰 되 살아 나는 후반 15. 서울 특유의 패스 플레이가 이루어졌지만 하대성의 마지막 슈팅이 아쉽게 김민식 골키퍼에게 막히며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매우 아쉬운 순간이었지만 순간 FC서울만의 플레이가 보였다. 이 것이 FC서울만의 플레이였고 FC서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었다. 문전에서의 빠르고 짧은 패스로 상대 수비수들을 일 순간 멍하게 만드는 플레이.  순간 서울의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던 순간이었다. 

 

비가 잦아드는 후반 33.

전북의 교체출장한 로브렉 선수. 크로아티아 선수로 최근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 전북의 공격력에 힘을 실어줄 선수다. FC서울로서 부담스러운 선수가 아닐 수 없었는데, 오늘은 비신사적인 플레이로 무너지고 말았다. 후반 31. 최현태 선수와 헤딩 경합 상황에서 팔꿈치로 최현태 선수의 눈부위를 가격, 유혈사태를 일으키며 경고를 받았다. 이 때 까지만 하더라도 이 로브렉의 과격한 플레이가 경기의 흐름을 바꿀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리고 로브렉 선수는 2분 뒤 고명진 선수의 돌파를 손으로 잡아 채며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고 만다. 후반 33. 차츰 비는 잦아들고 있었다.



후반 35. 비는 멈췄다.

드디어 비가 멈추고 FC서울의 흐름이 시작되었다. 수적으로 절대우세에 올라선 FC서울은 매섭게 전북을 몰아 세웠다. 그리고 후반 35분 코너킥 상황. 제파로프의 킥을 전북 수비측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고 이 볼은 그대로 뒤편에 자리 잡고 있던 강정훈 선수에게 날아갔다. 강정훈 선수는 이를 그대로 헤딩으로 꽂았고 전북 수비수의 몸에 맞았으나 골이 들어갔다. 전북 수비수들은 이를 막기 위해 손을 사용하면서까지 막았지만 소용 없었다. 1-2.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데얀은 역시 K리그 최고의 골 사냥꾼 다웠다.



후반
36. 우리에겐 데얀이 있었다.

FC서울은 골을 터뜨린 후 총 공격 태세로 접어들었다. 거칠 것이 없었다. 킥 오프를 하는 순간 전북 진영으로 뛰어들어가 압박 축구를 보였다. 그리고 결국 골이 터졌다. 제파로프의 패스에 이은 논스톱 하대성의 패스, 그리고 데얀의 논스톱 슈팅.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이 된 것이다. 데얀의 슈팅은 상대 골키퍼로 하여금 꼼짝 못하는 코스로 꽂혔고 동점을 만들어냈다. 제파로프의 적절한 패스, 하대성의 센스, 데얀의 골 감각이 만들어낸 완벽한 골이었다.

그 뒤로도 FC서울은 계속된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골문을 벗어나며 경기는 2-2 무승부로 마감을 하고 말았다. 후반 막판은 다소 아쉬움이 남을 정도였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북산 VS 능남'의 경기에서 강백호는 공이 있는 곳에 어디든지있음으로 인해 능남 감독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어놓는다. 같은 강씨인 강정훈 선수 역시 최강희 감독의 등골을 서늘하게 할 찬스를 만들어냈고 골도 뽑아냈다.


공이 있는 곳에 본능적으로 그가 있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상대를 흔들어놓는 역할이다. 다져지진 않았지만 감각적으로 공이 있는 곳에 존재한다. 오늘 FC서울에선 그런 선수가 등장했다. 바로 같은 강씨인 강정훈 선수가 바로 그이다. 올 시즌 정규리그 첫 출장의 기회를 가진 강정훈 선수.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식으로 교체되자마자 열심히 공간을 찾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전북은 강정훈 선수의 활발한 움직임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몇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다. 특히 후반 20, 골문이 비어있는 상태에서의 골 찬스는 너무 아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강정훈은 공간을 만들어내며 전북을 압박했고 결국 동점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골을 만들어냈다. 앞으로 데얀의 동반자로의 모습이 기대되는 선수가 등장한 셈이다.

 


꼬집어보자. 우리 FC서울.

최소한의 승점은 챙겼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은 아니었다. 오늘의 경기에서 어김없이 지적이 되는 부분은 미드필더 자원의 활용에 있어 좀 더 효과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점, 수비의 안정성 등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미드필더에서 제파로프와 몰리나의 활용은 계속 드러나는 문제점이다. 개인적으로 제파로프 선수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 몰리나 선수의 왼쪽 미드필더로의 기용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러자니 고명진 선수 카드가 아쉽다.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조화가 시급한 현재. 우리 FC서울을 꼬집어보자면 난 미드필더를 꼬집고 싶다.

 

 

자칫 승점을 챙기지 못할 상황이었지만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하며 10위 자리를 고수했다. 자칫 패배했더라면 이날 경기가 있던 울산과 경남에게 밀려 12위까지 내려갈 뻔 했다. 그렇기에 FC서울에게는 정말 중요한 경기였음은 틀림없다.

이제 상주다. 상주를 잡고 다른 경기의 운이 좋다면 5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전북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면 이제 진짜 중요한 고비 상주전이 남은 셈이다. 이번 상주와의 경기에서 꼭 승리를 거두어 중위권 도약의 날개를 한껏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FC서울 명예기자 김진웅(
akakjin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