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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아름다운 이별의 장, 감동으로 가득했던 데얀 송별회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이별의 장면이 있었을까.

 

지난 6년 동안 FC서울의 날카로운 공격을 담당하며 한국 프로축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로 기억 될 데얀이 얼마 전 중국 슈퍼리그의 장수 세인티로 이적에 전격 합의하며 정들었던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되었다. 중국으로 떠나는 데얀을 추억하고 응원하는 'FC서울 서포터즈 수호신 주최' 송별회가 16일 종로극장에서 열렸다.

 

(사진 : FC서울 페이스북)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떠나는 선수를 위해 송별회를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선수가 아닌 외국인 선수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데얀이 6년 동안 FC서울을 위해 헌신한 공로와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준 성실한 태도는 수호신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구단의 주최가 아닌 FC서울 팬들이 직접 장소와 데얀을 섭외해 마지막 정을 나눴다.

 

데얀을 빼놓고선 FC서울을 논할 수 없다. ‘데얀민국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FC서울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온 데얀은 두 번의 K리그 우승(2010,2012)을 이끌었고 한국 무대 데뷔 이래 7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 K리그 최초 3년 연속 득점 왕(2011~2013), 한 시즌 최다 골(31) 등의 기록을 수립하며 한국 프로축구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날 사전접수를 통해 모집된 약 200여명의 팬들이 데얀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서울극장을 찾았다. 참석을 원하는 인원이 많아 추가 신청을 받을 정도로 데얀의 인기는 대단했다. 수호신 에서는 팬 모집과 극장 대관, 행사 진행, 통역 뿐 만 아니라 데얀을 기념하는 티셔츠를 제작해 배포하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행사가 시작되고, 데얀이 모습을 드러내자 극장 안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날 정해진 식순에 맞춰 행사가 진행됐다.

 

데얀을 추억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데얀이 인사말을 하며 행사는 시작됐다. 행사 전 미리 팬들로부터 데얀을 위한 편지를 신청 받아 데얀 으로 부터 선택되면 편지를 낭독하는 코너가 진행됐다. 몇몇 팬들은 울먹이며 편지를 읽었지만 데얀은 그들을 안아주며 달래주었다. 또 다른 팬은 인천에서 이적할 때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사진 : FC서울 페이스북)

이어 팬들과 데얀이 질의응답을 갖는 시간을 가졌다. 예정보다 훨씬 많은 질문을 받은 이번 시간에서 많은 팬들이 데얀에게 궁금했던 점들을 털어놓았다. 한 팬은 등번호의 선택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데얀은 사실 서울에 올 때 박주영, 정조국이 좋은 번호를 하고 있어서 내가 할 만한 것은 11번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역시 다른 선수들에게 등번호가 돌아가 14번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한 어린이가 데얀 에게 너는 축구를 왜 이렇게 잘해?’ 라는 질문을 던지자 관객들은 폭소를 터트렸고 데얀은 너가 하는 것을 좋아해야 하고 계속 노력하다보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진지하고 힘이 되는 답변을 내놓아 팬들을 감동시켰다. 이어 한 팬이 이청용 선수가 EPL 데뷔골을 터트리고 나서 서울팬들을 위한 세레머니를 펼쳤는데 장수에서 데뷔골을 넣고 특별한 세레머니를 해줄 수 없겠냐고 묻자 데얀은 자신은 프로라서 다른 팀을 위한 세레머니는 펼치기 힘들 것 같다.’ 는 아쉬운 답변을 했다. 하지만 수호신들이 우리만 아는 시크릿 세레머니를 해주면 안 되겠냐고 재차 요청했고 데얀이 데얀 기념 티셔츠에 나오는 그림처럼 포효하는 세레머니를 해주는 것으로 약속하며 수호신들을 기쁘게 했다.

 

(사진 : FC서울 페이스북)

이후 행사는 수호신 MVP 선정 및 트로피 증정, 데얀과 함께하는 단체사진 촬영, 다함께 데얀 콜을 부르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 됐다. 데얀은 극장을 나가는 순간까지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비록 데얀은 떠났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데얀은 FC서울의 진정한 레전드로 등극했다. 외국 유명 클럽들이 팀의 레전드를 경기장으로 초대해 흥행을 이끌어 내는 것처럼 데얀 역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FC서울을 방문해 지난 세월들을 추억하며 많은 관중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글/= FC서울 명예기자 이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