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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FC서울의 원클럽맨 고명진-고요한의 그때 그 시절



 FC
서울이 드디어 첫 승을 신고했다. 수비를 맞고 튀어 오른 공을 쇄도하던 고요한이 헤딩슛으로 연결시키며 이번 시즌 첫 골을 기록했다. 문전 앞에서의 침착함이 돋보이는 골이었다. 고명진도 펄펄 날았다. 주장 김진규가 결장한 상태에서 부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며 서울의 승리에 기여했다. 첫 승이 절실했던 팀에게 오아시스와도 같은 경기를 만들어낸 투고의 활약은 오랜 시간 팀을 지켜온 연륜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고명진과 고요한은 각각 2003년과 2004년 입단해 10년이 넘게 FC서울에 몸담고 있는 FC서울의 원클럽맨들이다. 어린 시절 프로에 데뷔하며 탄탄하게 기량을 닦아온 그들은 최용수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소년에서 청년이 되기까지 벌써 10년이다. 팀의 운명을 따라 묵묵하게 걸어온 그들의 지난날을 떠올려본다 .

 

구리 챔피언스파크의 추억

 작년 한 인터뷰에서 고명진은 요즘 쉽게 팀에 적응하는 후배들을 보며 세대가 변했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1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것은 챔피언스파크를 꼽았다. 경기장에서는 종종 승패에 의해 그들의 노력이 얼룩져 버리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노력해온 그들의 시간을 가장 정직하게 담고 있는 곳이 바로 구리 챔피언스파크다.

10년 전 FC서울은 유망주들의 보고였다. 당시 조광래 감독은 중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낸 어린 영재 영입에 주력했고, 일찍이 체계적인 축구 교육을 통해 그들의 성장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이렇게 해서 고명진, 고요한은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투고를 비롯해 김동석, 이청용 등 유망주들이 함께 유니폼을 입었고 2005년에는 박주영, 2006년에는 기성용까지 합류했다. 현재 각각 국내와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10년 전 FC서울에서 동고동락하며 축구 선수로서 꿈을 키웠던 셈이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당시 함께 입단한 김동석이 FC서울로 복귀해 투고와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

 




 




FC서울의 유망주들의 가슴 떨렸던 프로 데뷔 경기

  어떤 일이든 처음은 늘 가슴 떨리는 순간이다. FC서울의 유망주였던 두 선수의 프로 데뷔전 역시 마찬가지이다.

고명진은 2004711일 부산과의 경기에서 K리그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우며 중앙 미드필더로 데뷔했다. 풀타임으로 데뷔전을 마친 고명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꼭 승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했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고요한은 2006729일 전남과의 리그컵 경기로 프로에 발을 들였다. 고요한이 풀타임으로 출장했던 이날 경기는 전반에 선제골을 내준 후, 후반에 동점을 만들었지만 후반 막바지에 역전골을 허용하며 안타깝게 패배를 했던 경기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고요한은 혼신의 힘을 다해 첫 프로 데뷔 경기를 마쳤다.

 



투고의 첫 골은 전남전에서

  두 선수의 데뷔 첫 골은 모두 전남과의 경기에서 들어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명진은 20061021일에 치러진 전남과의 경기에서 데뷔 3년 만에 첫 골을 기록했다. 전반 15분 수비과정에서 흘러나온 공을 선제골로 연결시켰고, 이날 팀은 2-0으로 승리했다. 고요한은 역시 20107월 13일 전남과의 리그 경기에서 첫 골을 넣어 데뷔 경기의 패배를 보란 듯이 설욕했다. 데뷔 7년 만에 터진 값진 첫 골이었다. 그는 후반 20,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가 놓친 공을 민첩하게 골로 연결 시켜 이 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대망의 2011, FC서울의 주전으로 거듭나다

 2011년은 지금의 투고라인이 FC서울의 핵심으로 거듭난 해다.

 

 귀네슈 감독 하에서 쌍용’(이청용-기성용)이 성장했다면, 최용수 감독 하에 FC서울의 주전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고명진-고요한이다. 최 감독은 두 선수에게 꾸준한 기회를 부여하며 믿음을 보였다. 고명진은 패싱력을 활용한 공격전개 능력으로 팀의 승리에 기여했고 201124경기 27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고요한의 경우는 현재 본래 포지션인 미드필더로 본인의 특장점인 민첩한 돌파력을 무기 삼아 공격 전개를 담당하고 있지만 이 해에는 풀백으로 전향해 한동안 풀타임 수비수로 꾸준히 활약하며 주전 자리를 확보했었다.

 

오랜 시간 꿋꿋하게 인내와 노력으로 거쳐온 순간들이다. 그 결과 2012년 정규 리그 우승과 지난해 ACL 준우승에 이르기까지 서울 돌풍의 중심에는 항상 고명진-고요한이 있었다. K리그에서 타 팀으로 이적의 의사는 단호하게 없다고 밝힌 바 있지만, 해외 진출의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볼 만큼 아직도 앞길이 창창한 그들이다. 그래서 사실 은퇴하는 날까지 그들이 FC서울에 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설령 그런다 해도 그들이 FC서울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한 의미 있는 선수들임에는 변함이 없다.

 

2014년 현재 그들은 골 넣어주는 스타선수 이상의 가치를 지닌 FC서울의 원클럽맨들이다.

 

= FC서울 명예기자 정소영 (ojsy20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