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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FC서울의 뜨거웠던 5월을 결산하다!









FC서울의 5월은 숨가쁘게 지나갔다. 서울은 5월 한달 간 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FA컵까지 포함하여 4월30일 제주전부터 5월 29일 성남전 까지 무려 9경기를 치뤘다. 3~4일에 한 경기씩 치른 셈이다. (덕분에 FC서울을 취재하는 필자에게도 취재거리가 늘었다.)


선수들은 이런 살인적인 스케쥴을 소화하는 동안 녹초가 됐지만 6승1무2패의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 기간 동안 서울은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FA컵 16강 진출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시즌 초 디펜딩 챔피언이란 명성에 무색하게도 4월24일 광주전 까지 3승4무4패의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표류했지만 5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5월을 뒤돌아본다.



출발은 좋지 못했다. 신생팀 광주에게 예상치 못한 0대1 패배를 당하면서 리그 순위가 14위까지 곤두박질 치기도 했다. 결국 팀을 이끌던 황보관 감독이 역대 K리그 감독 중 최단 기간 재임이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남기며 사퇴를 하면서 팀 분위기마저 어수선해 졌다. 최용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부임하며 팀의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감독 경험이 없고 너무 갑작스럽게 팀을 맡았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최용수 감독 대행의 첫 상대는 작년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었던 난적 제주. 서울에겐 쉽지 않은 상황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은 오히려 서울을 강하게 만들었다. 제주전을 앞두고 팀의 주축인 데얀과 박용호는 머리를 짧게 자르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폭우 속에서 치러진 이 날 경기에서 서울은 박용호와 고명진의 골로 제주에게 2대1 역전승을 거두며 대반전의 서막을 알렸다.


이어 벌어진 알아인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경기에선 고요한의 골과 데얀의 멀티골을 묶어 3대0의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기세가 오른 서울은 상주와의 원정경기에서 5월 경기 중 가장 드라마틱한 명승부를 펼친다. 치열한 골 공방전을 벌이며 후반 40분까지 3대3으로 팽팽하게 맞선 양팀은 이대로 경기를 끝내는 듯 했으나 후반 42분 교체 투입된 현영민이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며 스코어를 4대3으로 만들었다.


  상주전 현영민의 날카로운 프리킥 결승골!






리그 2연승에 성공한 서울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서울 특유의 패싱 플레이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데얀은 알아인전 두골에 이어 상주전에선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골 감각이 완벽히 회복된 모습을 보였다.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1위를 확정 짓기 위해 항저우와의 원정경기에서 나선 서울은 전력상 한 수 아래인 항저우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으나 후반 인저리 타임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아쉽게 1대1 무승부를 거두었다. 하지만 나고야가 알아인에게 3대1로 패배하면서 서울은 F조 1위에 오르는 행운을 누렸고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을 홈경기로 치를 수 있게 되었다.



이어 맞닥뜨린 상대는 경남. 경남은 작년 서울 2군 감독이었던 최진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고 당시 리그에서 4위를 달리고 있었던 강팀 이었다. 만만치 않은 상대임에 분명했으나 데얀이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으며 경기는 쉽게 풀려갔다. 전반 막판 역습 상황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해 1대1로 전반을 마치긴 했지만 서울엔 고요한이 있었다. 고요한은 후반 24분 머리로, 후반 44분 발리 슈팅으로 멀티골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프로 데뷔후 첫 멀티골을 기록한 고요한의 활약 속에 서울은 리그 3연승에 성공했다.


이어 벌어진 FA컵 32강전에선 한 수 아래의 전력 용인시청을 맞아 1군에서 보기 힘들었던 고광민, 최종환, 배해민 등이 출전하여 일부 주전들의 체력부담을 덜어주었다. 이 날 경기가 1군 데뷔전 최종환은 골까지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 후 데얀의 두 골과 아디의 골이 터지면서 4대0으로 가볍게 승리하며 FA컵 16강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잘나가던 서울은 뜻밖의 암초를 만난다. 대구를 홈으로 불러들인 서울은 대구의 극단적인 수비를 뚫지 못해 고전했고 결국 세트피스 상황에서 두골을 허용하며 0대2로 패배한 것이다. 리그 3연승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 전력상 한 수 아래로 여겨진 대구에게 당한 패배라 충격은 더 컸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대행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챔피언스리그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이번 패배가 우리 선수단이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 될 것이라고 보고 긍정적이라 생각한다"고 밝히며 이번 패배는 더 높은 도약을 위해 잠시 몸을 웅크린것 이란 뜻을 내비쳤다.



결국 최용수 감독 대행의 생각이 옳았다. 주중에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가시마를 3대0으로 격파하며 8강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J리그 7회 우승의 강호 가시마를 상대로 시종일관 압도하는 모습을 보인 서울은 내용과 결과 모두 완벽한 승리를 챙기며 대구전 패배의 기억을 훌훌 털어버렸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선수들도 사람인 이상 체력 저하는 어쩔 수 없었다. 이 후 벌어진 성남과의 리그 경기에서 체력 부담을 드러내며 0대2로 패했다. 5월 마지막 경기라 내심 유종의 미를 거두길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의 5월은 유난히 더웠던 날씨 만큼이나 뜨거웠다. 6승1무2패라는 성적에서 보듯 강팀의 면모를 다시 되찾으며 예전의 서울로 돌아온 모습이었다. 시즌 초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데얀은 5월 한달에만 8골을 몰아넣으며 부활했고,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고명진은 최용수 감독대행 부임 이후 전경기에 출장하면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주축 미드필더로 자리 매김했다.


 

 5월, 8골을 넣으며 팀의 간판 공격수 임을 입증한 데얀






 고명진은 최용수호의 황태자로 떠올랐다.
 



5월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현재 리그 순위가 11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서울팬들에겐 불만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4위 제주와의 승점차이가 4점밖에 나지 않는 만큼 언제든 중위권으로 도약이 가능하다. 시즌 초 최악의 부진으로 많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던 서울. 하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확 달라진 서울이 앞으로 어떤 성적을 거둘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는 전 뉴욕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은 야구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글=김성수 FC서울 명예기자 go16korea2002@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