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FC서울] 여성 팬들, '그들이 응원하는 이야기'





축구장에 가면 여성 관중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플래카드와 유니폼으로 한껏 치장하여 삼삼오오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는 여성 팬들. 경기 중 터져 나오는 응원소리는 남성 팬들 못지 않게 크다. 이렇게 여성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그들이 느끼는 축구와 FC서울의 매력은 무엇일까? 몇몇 여성 팬들을 만나 그들이 응원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① 여고생 팬, “학생이지만 매경기 관전엔 문제 없어요.“]







5월 21일. 대구FC와의 경기 시작 약 한 시간 전. 같이 온 친구들은 경기장 안에 미리 걸개를 걸러 들어갔고 또 다른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던 강세희(18)양. 그녀는 원래 축구 자체를 좋아했고 그래서 친구들이랑 한번 가보자는 우연한 기회로 이젠 매번 FC서울 경기를 찾는다고 했다. 그녀는 승패를 떠나 열정이 넘치는 축구만의 느낌이 좋아서 축구에 빠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강세희 양은 이 질문에 대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김동우 선수인데요. 일단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다재다능한 무지개 같은 선수라고 생각해요. 축구뿐만이 아니라 팬들에게 잘해주는 것도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김동우 선수는 제공권의 최강자에요. 곧 곽태휘 선수를 능가할 제공권의 종결자가 될 겁니다.” 특히 중·고등학생의 어린 여성 팬들에게 갖는 편견인, 단순히 얼굴만 보고 좋아할 것이라는 ‘얼빠’라는 인식에서 빗겨간 대답이었다. 김동우 선수의 포지션이 수비수인 만큼 포지션 활약을 중심으로 매 경기를 보고 있었고 축구에 대한 지식도 상당히 갖추고 있었다. 여고생 팬으로서 그런 편견이 좀 아쉽지는 않았을까? “일단 제 자신이 아닌걸 아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요. 주변사람들도 제가 단순히 얼굴만 보고 축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시고요.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답니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아직 학생신분인 그녀. 그래서 경기장을 자주 찾을 수 없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강세희양은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렇지는 않아요(웃음). 홈경기는 거의 모두 다니고 원정경기도 많이 가는 편이에요. 김동우 선수의 팬이라고는 말씀드렸지만 김동우 선수 출전에 상관없이 매 경기를 응원옵니다.” 이렇게 매 경기를 응원을 오지만 공부도 잘한다는 옆 친구의 칭찬에 쑥쓰러워 했던 강세희양. 비록 짧은 인터뷰였지만 그녀는 인터뷰 내내 축구를 향한 열정을 가득 뿜어냈다.



[② 여고생 팬, “응원 준비는 우리들의 힘이에요.”]





작년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로 FC서울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여고생 2인방. 하나같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경기장을 찾았다. 처음엔 단순히 서울이 연고지라서 FC서울을 찾게 되었지만 이제는 FC서울의 12번째 선수가 되었다는 여고생 팬들.그녀들은 FC서울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선수로 하나같이 입을 모아 고명진과 하대성을 꼽았다. “요새 팀이 상승세인데 그 속에서 고명진 선수의 활약이 제일 뛰어난 것 같아요. 그리고 너무 잘해주고 있고요. 하대성 선수는 야성적인 매력도 있고 중원을 장악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수비, 패스 등등 모두 잘하는 것 같아요. 두 선수 모두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매일 학교를 가야하는 고등학생이지만 플카(플래카드)를 만들고 응원도구를 준비하느라 밤을 새고 학교를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응원준비를 하는 것도 여고생 팬들에겐 힘들지만 오히려 에너지를 받게 되는 부분인 것이다.



역시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매 경기 관전이 힘들지 않을까라는 예상에 그녀들은 “아니에요(웃음). 홈경기와 원정경기 모두 응원하러 갑니다. 전혀 힘든 건 없고요. 오히려 FC서울의 경기를 보는 것이 저희들의 힘이니까요”라며 무한한 FC서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게 발랄한 여고생 팬들의 기운이 매 경기 선수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20대 여성 팬, “해외축구만 보던 나를 유혹한 FC서울“]






25일 가시마전을 1시간을 앞둔 서포터즈석은 응원준비로 분주했다. 노진화(24)씨도 그 속에서 응원준비에 한창이었다. 원래 축구를 좋아했다던 그녀는 “<Best Eleven>이라는 축구잡지를 보는데 그 뒤편에 할인쿠폰이 매달 나와요. 그걸 보고 한번 오고 싶어서 작년에 왔다가 이렇게 계속 서포터즈로 응원까지 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K리그의 그 많은 구단 중 왜 하필 FC서울 팬을 택했는지에 대해 노진화씨는 “제가 본격적으로 축구를 보기 시작한 작년에 FC서울이 너무 잘 하더라고요. 사실 그간 해외축구만 봐왔었는데 그에 못지않은 FC서울의 경기력을 보고 깜짝 놀라서 빠지게 되었죠”라며 FC서울의 열핼팬임을 자청했다.



그녀는 좋아하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누구 한명 할 것 없이 다 좋아한다며 잠시 망설였다. “음. 정말 다 좋아하는데요. 굳이 뽑자면 데얀이에요. 데얀에서 골이 잘 풀리면 경기력이 쑥쑥 잘 풀리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데얀이 잘해야 분위기가 사는 것 같아요.”



경기장을 찾는 여성 팬들의 수를 보면 상대적으로 그 전보다는 늘어난 것이 사실. 그녀에게 여성 팬들이 늘어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월드컵을 포함해서 최근 아시안게임이나 국제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중고생들이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된 관심이 K리그로까지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현상 같아요.”



한편 증가하는 여성 팬들을 위해 FC서울을 포함해 많은 구단에서는 여성 팬들만을 위한 이벤트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바라는 이벤트가 있냐고 물었다. “남성팬들이 더 많아서 초대 연예인도 여자 연예인들이 많이 오던데 여성 팬들을 위해서도 남자 연예인도 초대 됐으면 좋겠네요.(웃음)” 대한민국 20대 여성이라면 그 누구나 바랄 법한 이벤트였다.



[아주머니 팬, “성장해가는 선수들 보면 아들같은 기분이 들어요."]






축구장엔 젊은 여성 팬들이 대다수 이지만 그 사이에는 중고생들 팬들 못지않게 유니폼과 응원도구로 한껏 치장하여 경기장을 찾은 아주머니 팬들도 곳곳에 눈에 띈다. 처음에는 가족끼리 할 무언가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2005년부터 축구를 보러 다녔다는 이은정씨.



이은정씨 역시 처음엔 단순히 연고지로 FC서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고명진이에요. 순진하고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이 눈에 보여서 2005년부터 계속 응원해오고 있습니다. 작년엔 조금 좋지 않아서 2군 경기도 보러 다녔고요. 하지만 올해는 다시 좋아져서 국가대표로 까지 발탁이 되었네요. 뿌듯합니다.”



대한민국 40대 아주머니라면 가사일이나 직장일로 매 경기를 관전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그런 편견마저 꺾어놓았다.



“홈경기는 100% 모두 응원을 오고요. 원정은 작년까진 거의 다녔었는데 올해는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서 뒷바라지를 하느라 멀리까진 가지는 못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가정 일에 소홀히 하는 게 아니고 아이들과 가사일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만큼 가족들도 지지해준답니다.” 그녀에게 아주머니 팬들만이 갖고 있는 색깔을 들어보았다.



“팀 성적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성적이 좋든 나쁘든 그냥 우리 팀이 좋아서 응원하는 거니까요. 아줌마라서 그런지 자식들 보는 듯한 기분도 들어서 이 경기에 못해도 다음경기에 잘하겠지 라고 그냥 무던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것 같아요.(웃음)”



처음엔 단순히 연고지라서 관심을 갖거나 축구 자체에 관심을 갖고 FC서울을 지지하는 등 FC서울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다양했다. 비록 FC서울을 사랑하게 된 동기는 달랐지만 결국은 12번째 선수가 되어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여성 팬들. 남성팬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여성팬들의 응원으로 선수들에게 더욱 활기를 불어넣고 그들이 있기에 축구장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진다. 이것이 그들이 경기장의 꽃인 이유다.



/글=FC서울 명예기자 이게은 (eun5468@nate.com)


/사진=FC서울 명예기자 이소영 (ki890124@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