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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이야기/명예기자의시각

FC서울. 친선경기의 추억



FC서울은 해외 유명 클럽들과 친선 경기를 펼치며 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친선경기에서 박지성과 고요한이 볼 다툼을 벌이고 있는 모습






매년 이맘때쯤이면 FC서울은 해외 유명클럽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FC서울은 이 친선경기를 통해 팬들에게 선진축구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해외 유명클럽들이 무리한 일정을 짜며, K리그 일정에도 영향을 준 탓에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FC서울이 친선경기를 열때 마다 구름관중이 몰려들며, 높은 열기를 보였다. K리그 경기 수가 많아지고 특히 올해엔 스플릿 시스템이 적용되어 강등팀을 정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친선경기를 치르는 것은 어렵겠지만, 좋은 기회가 찾아오면 또 다시 친선경기가 열릴 여지는 충분하다. 그럼 지금부터 FC서울은 어떤 팀들과 친선경기를 벌였고, 그 속엔 어떠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1. 2005.07.26 vs보카 주니어스









아르헨티나 최고 명문 보카 주니어스. 프로리그 출범 이후 단 한번도 2부리그에 강등되지 않았고, 23번의 1부리그 우승, 코파 리베르타 도레스컵 6회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클럽이다. 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연고로 두고 있어, 대한민국의 수도와 아르헨티나의 수도를 연고로 하는 클럽에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경기에 앞서 양팀이 자매결연을 맺으며 상호 교류를 약속하기도 했다.
 


보카 주니어스는 당시 간판스타였던 마르틴 팔레르모(한 경기에서 세 개의 페널티킥을 놓친 선수로도 유명하다.)가 결장했지만, 아르헨티나 청소년대표 출신의 네리 카르도소, 현재 인터밀란에서 뛰고 있는 로드리고 팔라시오등이 출전하며 막강 전력을 과시했다. FC서울 역시 노나또, 히칼도, 김은중 등을 앞세워 보카 주니어스에 맞섰지만, 선제골은 보카 주니어스의 몫이었다. 전반 17분 카르도소의 프리킥을 받은 팔라시오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을 돌파한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기세가 오른 보카 주니어스는 시종일관 서울을 압박했고, 네리 카르도소는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공격을 이끌었다. 결국 전반 44분 다니엘 빌로스가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전반은 0-2로 끝났다. 반격에 나선 서울은 정조국, 백지훈등을 투입해 공격을 강화했고, 결국 후반 7분 만회골을 성공시켰다. 정조국의 패스를 받은 백지훈이 골키퍼까지 제치고,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이다. 그해 네덜란드에서 열린 청소년대회에서도 맹활약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던 백지훈은 이 날 경기에서도 골을 성공시키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흐름을 탄 서울은 공세를 취하며, 동점골을 넣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후반 17분 기회를 잡는다. 페널티 지역을 돌파하던 노나또가 수비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노나또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서울은 이후에도 정조국을 앞세워 공격했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의 골은 넣지 못하고 1-2로 패했다. 족저근막염으로 출전하지 못한 박주영의 공백이 아쉬운 한판이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최강팀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는데엔 성공했다.




2. 2006.08.05 vsFC도쿄











아르헨티나 수도를 연고로 한팀과 경기를 벌이고 1년 뒤, 서울은 이번엔 일본의 수도를 연고로 하는 FC도쿄와 친선경기를 가졌다. 당시 FC서울과 서울시는 그간 성원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고자, 각계각층의 서울시민들을 초청했고, 선착순 무료입장을 실시했다. 그 결과 6만여명의 대관중이 몰려들었고, 경기장은 뜨거운 여름날씨 만큼이나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그해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에 있던 서울은 전반 초반부터 득점에 성공하며,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전반 2분 최용수의 패스를 받은 두두가 선제골을 넣은 것이다. FC도쿄 역시 2004 아테네 올림픽 브라질 대표였던 루카스와 현재 대전시티즌에서 뛰고 있는 바바 유타등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지만, 당시 서울의 수문장이던 김병지를 뚫기엔 역부족이었고, 결국 전반을 1-0으로 마쳤다. 후반 들어 양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펼쳤지만 서울이 추가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현재 FC서울 감독을 맡고 있는 최용수는 이 날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후반 39분 하프라인에서 패스를 이어받은 두두는 단독돌파 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특유의 개인기로 골키퍼까지 제친 뒤 두 번째 골을 넣은것이다. 기세가 오른 서울은 후반 44분 정조국의 골까지 보태며 도쿄를 3-0으로 완파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선 현재 FC서울의 감독인 최용수가 은퇴식을 가지며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고, 자신의 마지막 경기에서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3. 2007.07.20 vs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07년. 많은 축구팬들을 흥분시킬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프리미어리그 최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한국에서 친선경기를 갖는다는 소식이었다. 과거 FC바르셀로나, 첼시등도 내한한적은 있었지만, 박지성이 소속되며 많은 인기를 끌었고, 그해 프리미어리그 우승까지 차지한 팀이 내한한다는 소식은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하길 원했던 맨유라 당연히 상대팀은 FC서울이 되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리오 퍼디낸드등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플레이 한다는 점, 경기를 앞두고 양팀의 메인 유니폼인 붉은색 유니폼 착용을 두고 신경전을 펼친 점(결국 붉은 유니폼은 서울이 입었고 맨유는 보조 유니폼인 흰색을 착용했다)등 다양한 이슈거리가 쏟아져 나왔고,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티켓은 11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비록 박지성이 무릎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호날두, 루니등 최고의 선수들의 플레이는 서울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전반 5분 루니의 패스를 받은 호날두가 선제골을 기록했고, 전반 19분 호날두의 감각적인 힐패스는 이글스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전반 20분 루니가 날린 강력한 슈팅이 김병지의 손을 맞고 골대안으로 빨려들어가며 전반에만 0-3으로 앞서간 맨유는 후반 15분 박지성의 절친인 에브라가 네 번째 골까지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서울 역시 정조국, 히칼도등이 공격 선봉에 섰지만, 아쉽게도 거함 맨유를 상대로는 역부족이었고, 패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4. 2008.03.01 vsLA갤럭시








2008 K리그 개막을 앞둔 FC서울은 미국의 명문클럽인 LA갤럭시와 친선경기를 가졌다. 당시 LA갤럭시는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을 영입하며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았고, 이 날 경기에도 베컴이 출전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베컴은 경기외에도 어린이 축구교실, 팬 사인회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여 팬들과 소통했고, 태권도복을 선물받기도 했다. 그의 팬 사인회는 많은 팬들이 몰려들어 30분만에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질 정도로 베컴의 인기는 대한민국에서도 식을 줄 몰랐다.
 



하지만 LA갤럭시엔 베컴만 있는게 아니었다. 현재 미국의 에이스인 랜던 도노번, 전 포르투갈 국가대표 수비수였던 아벨 사비에르등 빼어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었다. 귀네슈 감독은 주전에 베스트 멤버들을 기용해 승리하기 위해 노력했고, 양 팀은 초반부터 치열한 경기를 보여줬다. 이청용은 베컴에게 거친 태클을 가하며, 친선경기 이상의 경기력이 펼쳐지는등 양 팀은 강한 승부욕을 보였고, 결국 전반 21분 베컴의 마법같은 오른발 킥이 선제골을 만들었다. 베컴이 오른발로 올려준 볼을 공격수 고든이 이어받아 선제골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전반 30분 서울이 페널티킥을 얻었고, 이를 정조국이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양 팀은 후반들어서도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지만, 결국 경기는 1-1로 끝이 났고, 꼭 승부를 가려야 한다는 주최측의 결정에 따라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에선 김호준의 선방이 빛났다. 김호준은 1번 키커인 베컴을 제외하고 2,3,4,5번 키커의 슛을 모조리 막아냈다. 서울은 김은중과 이상협이 승부차기를 성공시키며 결국 2-1 승리를 거두었다. 승부차기에서 선방쇼를 펼친 김호준은 MVP를 수상했고, 당시 신인이었던 이승렬은 첫 공식경기에 출장하며 경험을 쌓았다. LA갤럭시전 승리로 쾌조의 출발을 알린 서울은 3월 한달 동안 2승2무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5. 2008.06.15 vsFC도쿄









2006년 홈에서 FC도쿄를 상대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고 2007년엔 도쿄 원정을 떠나 0-0 무승부를 거두었던 서울은 2008년 FC도쿄를 다시 홈으로 불러들여 일전을 가졌다. 당시 서울은 K리그에서 4위, 도쿄는 J리그에서 3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어 이번 대결에도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날 경기에선 인기가수 마야가 초청되어 공연을 펼쳤고, 양 팀 서포터즈들이 릴레이 달리기를 하는 등 축제분위기로 진행됐지만, 승부는 승부인 법. 양 팀은 치열한 경기를 펼치며 경기장을 찾은 42000여명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당시 서울은 팀의 주축인 박주영과, 이청용이 국가대표팀 차출로 결장했지만 데얀, 이을용, 정조국등이 경기에 나서며 도쿄를 압박했다.
 



하지만 선제골은 도쿄의 몫이었다. 전반 40분 최원권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은 도쿄는 까보레의 침착한 슈팅으로 0-1을 만든 것이다. 2007 시즌 경남 소속으로 K리그 득점왕(18골)에 오르며 도쿄로 이적한 까보레는 페널티킥 성공으로 서울에 비수를 꽂았다. 전반을 0-1로 마친 서울은 데얀을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고, 마침내 후반 28분 그 결실을 맺었다. 정조국의 패스를 받은 데얀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은 것이다.




기세가 오른 서울은 후반 36분엔 심우연을 투입하며 또 하나의 공격 옵션을 장착했고, 역전골을 위해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아쉽게 1-1 무승부를 기록한 서울이었지만 도쿄와의 역대 전적에서 1승2무로 대한민국 수도 연고팀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다.




6. 2009.07.24 vs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07년 내한해 많은 화제를 뿌렸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09년 다시 한번 한국을 찾았다. 이번에도 역시 상대는 FC서울. 하지만 당시 맨체스터 유니이티드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잡는 바람에 서울이 일정을 변경해 7월에 예정되었던 광주상무전을 5월에 치러야만 했고, 이같은 결정은 몇몇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이름값은 국내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고, 이번에도 티켓이 매진되는 시간은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당시 맨유는 2007~2008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잇달아 제패했고, 2008~2009 시즌엔 프리미어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비록 간판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내한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지만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리오 퍼디낸드등 여전히 스쿼드는 화려했다.
 



그리고 박지성 역시 2년전과는 달리 건강한 모습으로 국내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맨유는 이번에도 루니, 긱스, 에브라, 퍼디낸드등 주축 선수들을 선발로 내보내며, 서울을 압박했지만, 귀네슈 감독은 그간 즐겨쓰던 포백 대신 김치곤, 김진규, 박용호를 스리백으로 세워 수비를 두텁게 하며 결코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그 의지가 통했는지, 초반 경기 흐름은 서울이 잡았다.




공격진에 포진된 데얀과 이승렬은 활발한 모습으로 수비진을 흔들었고, 전반 8분에 나온 고명진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은 맨유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했다. 반면 맨유는 여독이 풀리지 않은듯 다소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다.
 



결국 선제골마저 서울이 터트렸다. 전반 23분 우측에서 김승용의 크로스를 받은 데얀이 발리 슈팅으로 골을 넣은 것이다. 기세가 오른 서울은 더욱더 활발한 모습으로 맨유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맨유는 역시 저력이 있는 팀이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맨유는 전반 31분 오셔의 크로스를 루니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하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데얀이 선제골을 넣고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이후 양팀은 친선경기임을 잊은 듯 치열한 경기를 펼쳤고, 결국 김승용이 전반 막판 부상으로 교체 아웃 되기도 했다. 이러한 공방전 속에 추가골의 주인공은 서울이었다. 전반 추가 시간 이승렬의 침투 패스를 이어받은 데얀이 쿠쉬착을 살짝 넘기는 재치 있는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넣은 것이다. 2-1로 전반을 마친 서울은 슈팅수 8-4, 유효 슈팅수 6-3등의 기록을 보이며 세계 최강 맨유를 당황하게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서울은 후반에 맨유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 12분 루니의 전진 패스를 이어받은 마케다가 골키퍼까지 제치며 골을 성공시켰고, 후반 20분엔 대런 깁슨의 크로스를 베르바토프가 헤딩슈팅으로 마무리하며 2-3으로 재역전 시켰다.




서울은 기성용의 프리킥 등으로 반격에 나섰지만, 골은 성공시키지 못했고, 결국 2-3 패배를 기록했다. 관심을 모은 박지성은 후반 29분 마이클 캐릭과 교체 투입됐고, 특유의 부지런한 플레이로 파울을 유도하고, 후반 44분엔 스콜스에게 결정적인 침투 패스를 찔러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년만에 만난 맨유를 상대로 또다시 패하긴 했지만, 서울은 2년전과는 다른 경기력으로 K리그의 자존심을 세웠다. 또 이날 두골을 기록한 데얀은 퍼거슨 감독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





글=김성수 FC서울 명예기자 go16korea2002@yahoo.co.kr